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이 마무리 투수를 맡게 된 이유를 직접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명문 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 투수로 등장한 김광현(32)의 호투를 보고 마이크 실트 감독이 남긴 평가다.
김광현의 미국 내 별명은 'KK'다. 이름 광현(Kwang hyun)의 영어 표기 앞 글자 K와 성(Kim)의 앞 글자를 따서 붙였다. 야구에서 'K'는 스트라이크아웃을 의미한다. 투수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KK'는 시범경기 첫 마무리 등판에서 'KKK'를 찍었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팀이 6대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고 승리를 지켰다.
완벽한 호투였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경기 후 MLB닷컴을 통해 "템포가 좋았다. 다양한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았다. 그가 마무리 투수를 맡게 된 이유를 직접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이어 "그는 존재감이 뚜렷한 베테랑 투수다. 다양한 구종을 던졌고 공의 움직임 역시 좋았다"고 덧붙였다.
김광현 '마무리 카드'가 첫 날부터 대성공으로 이어졌으니 김광현에 대한 칭찬은 곧 감독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자화자찬이기도 하다.
김광현은 최근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났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이 3월 시범경기부터 눈부신 호투를 펼쳤음에도 그의 경쟁자인 베테랑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게 5선발 자리를 맡기기로 했다.
마무리 조던 힉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2020시즌 불참을 선언하면서 지난해 마무리 경험이 있는 마르티네스의 보직 변경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실트 감독은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김광현은 KBO 정규리그에서 마무리 투수로 뛴 경험이 없다. 2010년과 2018년 전 소속팀 SK 와이번스의 우승이 확정된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각각 세이브를 올린 경험이 전부다.
그럼에도 실트 감독은 김광현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했다.
김광현이 부진해서 밀린 게 아니다. 아무에게나 마무리 투수를 맡기는 감독은 없다. 그만큼 김광현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실트 감독은 김광현이 왼손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공략 능력, KBO 리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주목했다. 김광현은 마무리로 출근한 첫 날부터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