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탬파베이 구단 공식 트위터)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왼손타자' 최지만(29)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서머 캠프 팀 훈련 때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최지만은 팀 자체 연습경기에서 오른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왼손투수 라이언 쉐리프를 상대로 호쾌한 2루타를 쳤다. 동료들은 박수를 쳤고 최지만은 2루에서 모자를 벗는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좌타자가 좌투수에게 약한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최지만 역시 예외는 아니라 마이너리그 시절 약점 극복을 위해 좌우 타석을 모두 활용하는 스위치 타자로 뛴 적은 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에는 줄곧 왼손타자로 뛰었다.
당시 최지만은 "나는 팀내 최고의 타자라 여러분이 놀라실 이유가 없다"는 농담을 건네면서도 우타자를 상대하는 왼손투수의 훈련을 도울 겸 재미삼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빈 캐쉬 탬파베이 감독은 "최지만이 오른손 타자로 타석에 서는 장면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연막작전이 됐다.
최지만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서 1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6회말 시즌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그야말로 깜짝 홈런이었다. 왼손이 아닌 오른손 타석에서 쏘아올린 대포였기 때문이다.
최지만은 토론토의 왼손투수 앤서니 케이가 던진 초구 시속 145km 패스트볼을 때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앞서 최지만은 3회말 타석 때 오른손 타자 변신을 시도했다. 첫 도전에서는 케이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두 번째 도전 결과는 달랐다.
최지만은 경기 후 미국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첫 타석과는 달랐다. 이전 이닝 때 우리가 수비를 오래 했기 때문에 초구를 쳐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는데 공이 보여서 쳤는데 잘 맞았다"고 우타자로 첫 홈런을 때린 소감을 밝혔다.
언제부터 오른손 타격을 준비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냥 생각없이 했다. (토론토의 찰리) 몬토요 감독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고 결정난지 얼마 안 됐다. 서머캠프 때 캐쉬 감독의 얘기가 있어서 생각해보겠다 했는데 다음날 바로 쳐보고 해볼만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워밍업 할 때와 배팅 케이지에 있을 때 빼고는 (오른손 타격)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게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생각하고 더 고민했으면 안됐을텐데 편안하게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최지만의 홈런 타구 발사 속도는 시속 177km(110마일)로 올해 탬파베이 타자들이 때린 타구 중 가장 강력했다.
'우타자' 최지만의 활약은 탬파베이의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0대4로 끌려가던 탬파베이는 최지만의 홈런으로 첫 득점을 뽑았다.
최지만은 팀이 2대4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토론토 마무리 켄 자일스가 부상을 호소해 왼손투수 브라이언 모란이 등판하자 또 한번 오른손 타석에 섰다.
결과는 밀어내기 볼넷. 최지만은 우타자로 2타점을 뽑았고 모두 추격의 발판이 된 귀중한 점수였다. 탬파베이는 기세를 몰아 브랜든 로우의 내야안타로 4대4 동점을 만들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탬파베이는 주자를 2루에 두고 시작하는 승부치기 연장전 10회초에서 1점을 내줬지만 10회말 케빈 키어마이어가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때려 6대5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키어마이어의 막판 대활약과 더불어 최지만의 우타자 변신 역시 크게 주목받은 경기였다. 최지만은 앞으로 스위치 타자를 기대해도 되겠냐는 현지 언론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