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의 간판 대미안 릴라드 (사진=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는 '마상(마음의 상처)'를 안고 버블 시즌을 맞이했다.
시즌 내내 뛰지 못한 케빈 듀란트는 물론이고 카이리 어빙, 스펜서 딘위디, 디안드레 조던 등 주축 선수들이 시즌 재개 일정에 대거 불참했기 때문에 그들을 향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센터 재럿 앨런은 "우리는 올랜도 버블에서 아마도 가장 기대치가 낮았던 구단일 것"이라 말했고 백업 가드 제레미아 마틴은 "인터넷에서 우리를 비웃는 글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 플레이어를 잃은 대신 팀 플레이로 무장한 브루클린은 강력했다. 시즌 재개 전까지 팀 패스 횟수 순위에서 25위에 머물렀던 브루클린은 버블 기간에 이 부문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기적인 팀으로 변신했다.
그 결과 일찌감치 동부컨퍼런스 7번 시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따라서 브루클린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월트디즈니 월드 리조트에서 열린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경기에서 굳이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었다.
버블 기간에 주력 선수들을 빼고 경기에 임하는 팀들이 많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기가 중립 지역에서 열리기 때문에 올해 플레이오프에는 홈 어드밴티지 개념이 없다. 따라서 막판까지 치열하게 펼쳐져야 했던 상위시드 경쟁이 이번에는 다소 약했다.
그런데 자크 본 브루클린 감독대행은 마지막 포틀랜드전을 앞두고 주전들을 모두 기용할 것이고 출전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포틀랜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앞선 경기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가 서부컨퍼런스 8-9위 결정전의 한 자리를 확보했다. 데빈 부커가 이끄는 피닉스 선즈는 버블 8경기를 전승으로 마무리해 포틀랜드를 바짝 뒤쫓았다.
경우의 수는 간단했다. 포틀랜드가 이기면 8위로 순위 결정전에 나서고 패할 경우 8-9위 결정전의 남은 한 자리를 피닉스에게 빼앗기는 상황이었다. 그들에게 브루클린전은 토너먼트 경기나 다름 없었다.
재개된 정규리그 일정 안에 순위 결정전 개념을 추가한 애덤 실버 총재의 아이디어는 결과적으로 올시즌 최고라 평가할만한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포틀랜드가 134대133으로 앞선 4쿼터 막판, 이날 37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한 브루클린의 간판 캐리스 르버트가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르버트는 CJ 맥컬럼을 앞에 두고 슛을 던졌다. 포물선이 그려지는 동안 서부컨퍼런스 최종 순위는 계속 요동 쳤다. 슛이 들어가면 포틀랜드는 집으로, 피닉스는 순위 결정전으로 간다. 만약 실패하면 포틀랜드가 8위로, 피닉스는 버블 전승에도 집으로 가게 된다.
공은 림을 빗나갔다. 그 순간 종료 버저가 울렸다.
14일(한국시간) 브루클린전을 승리로 마치고 서부컨퍼런스 8위를 확정지은 포틀랜드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틀랜드의 간판 대미안 릴라드는 웃지 않았다. 마침내 목표를 이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고개를 숙인 채로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릴라드는 올랜도 버블에 입성하면서 "나는 시간 낭비를 하러 이곳에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릴라드는 이날 42득점 12어시스트를 올리며 1점차 팀 승리를 이끌었다. 포틀랜드가 끌려가던 4쿼터 중반 중앙선 부근에서 기습적으로 던진 3점슛이 림을 통과했고 막판에는 르버트가 드리블하는 공을 가로채는 결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릴라드는 버블 8경기에서 평균 37.6득점, 9.6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3.6%(경기당 5.1개 성공)이라는 믿기 힘든 수준의 기록을 남겼다. 포틀랜드는 릴라드의 활약에 힘입어 6승2패를 올렸고 8위를 수성했다.
브루클린은 힘을 빼고 나서도 이상할 게 없었던 경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릴라드와 포틀랜드의 분전은 더욱 빛을 발했다.
브루클린은 낮은 기대치 속에서 새 일정을 맞이했지만 5승3패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고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에서는 프로 구단의 품격까지 보여줬다.
이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봤을 피닉스는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피닉스는 경기가 끝난 직후 구단 SNS를 통해 "올랜도 버블에서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우리 마음 속에 계속 맴돌았던 말은 바로 자랑스럽다는 표현일 것"이라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