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KBO 리그에서 포스트시즌 16회 등판을 포함해 선발투수로 292경기에 등판한 베테랑이다. 긴장감이 높은 국제대회 출전 경험도 많다.
마이크 슈미트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높게 평가하는 김광현의 풍부한 경험은 2일(한국시간) 미국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5승1패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한 신시내티 에이스 소니 그레이를 상대로 1회초 공격에서만 6점을 뽑았다.
김광현이 1회말 등판을 준비하는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자칫 리듬이 깨질 수도 있었지만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김광현은 여유있게 대처했다.
그는 경기 후 미국 현지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배팅 케이지에서 두번 정도 캐치볼을 했다. 한국에서도 2아웃 때 캐치볼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다행히 여기 구장은 실내에 연습장이 있어서 그물에 공을 몇개 던졌다. 몸에 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6대0 리드를 안고 출발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초반에 치고 나간 팀이 느슨해진 긴장감 탓에 수비 때 많은 실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신시내티는 이미 6점을 내준 1회초 2사에서 선발 그레이를 내리면서 주축 불펜투수 루카스 심스를 투입했다.
어떻게든 추가 실점을 막겠다는 의도로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벤치의 의도를 신시내티 선수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베테랑 김광현은 이같은 상황을 이미 여러차례 경험했다.
김광현은 "점수차가 많이 나니까 최대한 볼넷을 주지 말자, 주자를 쌓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오늘같은 경기는 1회가 가장 중요했다. 방심하면 타격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1회에 가장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1회말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다음 타자를 병살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초반 고비를 잘 넘겼다.
김광현은 이후 두 차례 득점권 위기를 실점없이 막아내면서 신시내티 타선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는 5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세인트루이스의 16대2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2승을 수확했고 평균자책점을 0.83으로 낮췄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어땠을까. 김광현은 변함없이 베테랑다웠다.
김광현은 "팀이 좋은 성적을 계속 거두면 좋겠다. KK(김광현의 별명)가 나가면 승리한다는 공식이 계속 이뤄졌으면 좋겠다. 신인왕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직접 승리를 따내지 못하더라도 팀에게 이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은 특히 이 말을 더 절실히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김광현은 개인의 영예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역시 베테랑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