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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산재사망 하루 7명…국회는 또 외면할까



국회/정당

    [정알못]산재사망 하루 7명…국회는 또 외면할까

    [풀어쓴 쉬운뉴스⑱]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핵심은 사업주·원청 책임지우고 처벌강화
    정의당 릴레이시위 나섰지만, 싸늘한 거대 양당
    "뭐? 그런 법안이 있어?"…9월 처리 불투명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어제도 7명이 죽었을 겁니다. 안타깝지만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모두 2020명. 통계에 잡히지 않고 스러진 주검을 포함하면 24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루 7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중 참혹한 사건이 화제에 오를 때면 정치권은 어김없이 '대책을 찾겠다'고 떠들었습니다. 청년 김용균이나 구의역 사건이 대표적이었죠. 하지만 충격은 금세 무뎌졌고 약속은 허공에 흩어졌습니다.

    물론 이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사활을 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숨가쁜 현안에 비해 '안중 밖'으로 밀려 있는 모습입니다.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정알못' 노동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 언어로 쉽게 풀어쓴 뉴스. 오늘은 이 법의 내용과 처리 전망을 살펴봅니다.

    ◇ 류호정, 원피스 대신 정장 입은 이유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 섰습니다. 평소 즐겨 입던 티셔츠나 청바지, 빨간 원피스 대신 품이 큰 남자 정장을 입었습니다. 옷은 물론 타이, 구두, 서류 가방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깔맞춤' 했습니다.

    류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복 입은 사무직 노동자들의 과로사도 중대재해법에 적용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며 "법안 통과가 밀릴 때마다 어딘가에서 돌아가시는 분이 더 생길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호소했습니다.

    정의당은 지난 7일부터 날마다 이렇게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지나던 여야 의원들이 사진도 찍고 법안 설명도 듣는다고 합니다. 다만 이날은, 모두 바빠 보였습니다. 릴레이 시위는 9월 정기국회 내내 진행할 계획입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1~8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 벨트(사진=故김용균씨 동료들 제공)

     

    ◇ 싸늘한 민주당-국민의힘 "무슨 법이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간 협상을 이끄는 원내지도부 여러 명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 법을 소관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진한테도 물었습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나요?

    "무슨 법이요?" "그런 법이 있어?" "모르겠는데" "정의당이 시위한 건 기억나는데, 내용을 봐야 알겠죠" "그 많은 법안을 내가 다 어떻게 보겠어"

    바쁘신 것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어떤 법인지 여기서 짧게, 골자만 설명 드리겠습니다.

    기업이 중대한 과실로 노동자가 죽었거나, 다행히 죽지 않았지만 아주 크게 다쳤거나, 아니면 여러 명이 같은 병에 걸렸을 때 처벌하는 법입니다.

    보통은 희생자 본인이나 안전 담당 중간 책임자, 하청업체 수준에서 책임을 떠맡는 경우가 있죠. 그러나 사업주와 원청에 책임을 지우고 처벌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돈 아끼려 노동자를 위험에 내모는 일'(위험의 외주화)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2016년 5월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씨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공수처법 개정에 '뒷전'…이후도 첩첩산중

    그럼 앞으로 어떻게 논의가 될까요.

    정의당이 지난 6월 '1호 당론'으로 제출한 이 법안은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남아 있습니다.

    법사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인데, 여야가 채택한 안건에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집권여당이 사활을 거는 '공수처법 개정안' 같은 걸 논의한다 합니다. 법사위에 소속 의원을 넣지 못한 정의당으로선 섭섭할 따름이죠.

    논의가 본격화하더라도 사실 첩첩산중입니다. 당장 법안에 적힌 여러 대목에 우려가 제기된 탓입니다. 이 법을 검토한 법사위 전문위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법인의 모든 이사를 경영책임자에 포함하는 건 과잉입법 우려가 있다" "의무의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결국 기업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형벌 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지난 5월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고원 앞에서 열린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산재사고 건설노조 추모행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산업 의견 듣겠다"…민주당, 속도조절

    열쇠는 민주당이 쥐고 있습니다. 다른 법이나 추경안을 밀어붙일 때처럼 176석 슈퍼여당 권한을 이용하면 사실상 못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적극성은 의문입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7일 본회의장 연설에서 법안 처리를 촉구했었죠. 그러나 일주일 뒤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서는 "법 제정 과정에서 산업현장 의견을 듣는 과정을 반드시 갖겠다"며 속도조절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민주당은 대신 별도의, 비슷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박주민 의원실에서 '영혼을 갈아 넣으며' 준비 중인 법안에는 책임을 물을 때 사고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검토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 입증은 훨씬 수월해지겠네요.

    해당 법안은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다음 달 초에나 발의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부부처, 노동계, 기업 측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갖겠다고 하네요. 국회 차원의 논의는 그쯤에야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아울러 국민의힘 측에서 '기업 위축' 우려에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부담입니다. 이런 점을 다 종합해보면, 9월 정기국회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이네요. 함께 지켜보시죠.

    지난 6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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