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동해는 대한민국' 사이트(사진=홈페이지 캡처)
20여년을 지속해온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표기 논란이 제3의 중립적 이름을 다는 방식으로 일단락됐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국제수로기구(IHO)는 오는 11월 16일 2차 총회에서 국제표준 해도집(S-23) 개정을 위한 비공식 협의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비공식 협의에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북한과 미국 등이 참여해 S-23을 대체할 S-130이라는 새로운 표준 개발을 추진하기로 잠정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새 표준 체계에선 세계 모든 바다와 해양의 명칭에 고유명사 대신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기존 S-23은 IHO 출판물의 일부로서만 남게 된다.
이 방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일본이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각국의 해도 작성에 지침 역할을 하는 S-23은 1929년 초판 발행 이후 마지막 개정판인 1953년 3판에 이르기까지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왔다.
일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을 거치다 1957년에야 IHO에 가입한 한국으로선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1997년이 돼서야 동해·일본해 병행표기를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이마저 쉽지 않았다.
일단 이번 잠정 합의는 IHO가 창의적 해법을 통해 국제분쟁을 해소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일 양국도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23년 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고, 기술적 국제기구의 작은 틀 내에서나마 화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합의는 S-23이 더 이상 국제표준이 될 수 없다는 한국 입장을 반영하는 한편, 그렇다고 완전 폐기는 할 수 없다는 일본 입장도 감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이번 합의가 최종 통과되더라도 동해·일본해 표기 논쟁이 완전 종식된 것은 결코 아니다.
IHO가 새로운 표준을 채택하더라도 각국이 이를 준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통용되는 바다·해양의 이름은 여전히 옛 방식대로 고유명사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새 표준 도입이 우리에게 주는 현실적 의미는 일본해 표기의 근거(S-23)를 무력화 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는 동해·일본해 논쟁이 공식적으로는 일단락됐지만 실질적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동해 단독표기나 동해·일본해 병행표기의 걸림돌이 제거된 이상 각국 정부나 출판사 등을 상대로 한 우리 정부 및 관련 단체의 설득이 한층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완의 화해'인 셈이다.
이미 우리 측의 노력으로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영국 더타임즈, 프랑스 르몽드 등 유력 매체 등에서 동해 표기를 늘려가고 있다.
이렇게 하여 2000년대 초반 약 2%에 불과하던 동해 단독·병행표기는 최근 4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