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의원(사진=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 거대 양당이 도덕성 딜레마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받는 자당 소속 의원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상대당에 대한 공격의 수위만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이 제명을 하더라도 의원 신분은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사실상 꼬리자르기에 불과한 무늬만 징계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당 덕에 당선됐지만 당에서 제명돼도 의원직 유지…괜찮은가민주당은 지난 18일 재산신고 누락 의혹을 받고 있던 당 소속 김홍걸 의원의 제명을 전격 결정했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지난 4월 부동산 재산과 관련한 불법성 투기 의혹 논란을 일으킨 양정숙 의원을 제명한 지 5개월 만이다.
두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점과 소속 정당에서 제명됐다는 점, 그럼에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후보 개인의 이름을 걸고 출마하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이 결정한 명부에 따라 출마를 하게 되고 정당의 득표율에 의해 당선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다보니 민주당이 제명 조치를 내려서 더 이상 민주당 소속 의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적만 없어질 뿐 의원직은 유지돼 꼬리 자르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민주당의 조치가 무늬만 징계일 뿐 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는 추가적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당 최고 수준 징계인 '제명'…하나마나한 조치인가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피감기관 공사수주 논란과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박 의원은 지난 5년간 국회 국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본인 및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위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 및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최대 1천억원대의 일감을 수주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러한 비판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박덕흠, 조수진, 윤창현 의원에 대해 '꼬리 자르기,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해야 한다"며 "야당은 민주당의 강력한 쇄신 의지를 폄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박덕흠 의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더 낫다는 취지다.
실제로 민주당이 취한 '제명' 조치는 당규에 규정돼 있는 징계 중 최고 수위다.
김홍걸, 양정숙 의원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가 제명으로 무소속 의원이 됐기 때문에 향후 재선을 위한 발판 마련이 쉽지 않음은 물론 동료 의원을 잃으면서 의정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이 생기게 된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직 상실형 선고 등을 통하지 않은 이상 남은 3년 이상의 의원 임기를 그대로 채운다는 점이다.
이 점을 알고 있는 여야 모두 향해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대당 의원을 향해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의원 본인이 스스로 물러서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례대표의 경우 스스로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앞선 김, 양 의원의 사례처럼 당이 제명 등으로 출당 조치를 취하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국민의힘 박덕흠, 민주당 이상직 등 지역구 의원들은 제명은 물론 탈당을 하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여야가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른바 '비난을 위한 비난'을 위해 상대당 헐뜯기에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원 윤리법·국민윤리심사청구제…대안은 있는데 국회의 의지는일각에서는 도덕성 논란이 있는 의원들을 제대로 검증하기 못한 채 공천한 정당에 1차적 책임이 있는 만큼 이들 스스로가 대국민사과에 나서고 논란이 된 의원을 소속정당이 직접 국회의원직 제명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정당 스스로의 도덕성에만 기대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민사회계에서는 국회의원의 징계를 관할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상설화, 윤리특위에 의견을 제안하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조사권·심사권·대외공표권 부여 등을 담은 의회 윤리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원직 제명과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각종 징계는 어차피 본회의 의결을 통해서만 가능한 만큼, 그 이전인 윤리특위 단계에서 조사와 사전 정보제공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실효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1만명 등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면 국회의원 징계를 위한 심사를 시작할 수 있는 국민 윤리심사 청구제도도 대안으로 꼽힌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 잘못을 심사하도록 할 권리도 국민에게 있다는 논리다.
참여연대 오유진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심사제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의회 윤리법에 다 기술해 놓고 그 법을 어겼을 경우 국민들이 윤리심사 징계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국민들께서 '이 사건은 징계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안에 대해서 국회가 자정에 나서지 못한다면 국민에 의해 징계안이 발의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윤리특위와 자문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하고 국민발의를 통해 윤리 심사를 가능하게 할 경우 삼권분립에 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조사권한을 늘리거나, 외부인사를 윤리특위 등에 배치해 독립성을 높인다고 해도 국회 기관이 지나치게 강력한 조사권을 갖는다면 사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정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법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난 사안에 대해서도 국회가 조심스럽게 접근하느라 기대에 못 미친 적이 많았다"며 "헌법과 삼권분립 이념이 국회의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정당이나 국회의 조사와 징계권한이 무한정 커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