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반부패와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청렴 주간' 행사를 진행하며 전 임직원에게 '청렴 서약서'까지 작성하게 한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직원 간 갑질이 여러 건 발생해 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은 문화재 보호와 전통문화행사 복원 등을 맡고 있는 문화재청의 산하 공공기관이다.
7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4~5월 동안 갑질 근절과 관련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재단 문화상품실 소속 2급 직원인 A씨는 자신이 매니저로 있는 매장의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욕설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행은 물론 업무 중 개인적인 심부름을 지시하는 등의 행위로 감사를 받았다.
피해를 입은 신고인이 재단에 제출한 녹취에 따르면 A씨는 신고인이 출근 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OO를 해서 기분이 안 좋은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고인은 녹취 전에는 A씨가 "너 오늘 OO하냐"고 물었으며 손님이 있는 상황임에도 "야, 씨O" 등의 욕설을 하며 어깨 등을 때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후에도 "이런 지O 같은 상황", "나 혼자 지O을 했네", "내가 미친 O처럼" 등의 고압적인 비속어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신이 수강해야 할 청렴 온라인 교육 화면을 다른 사람이 보면서 클릭을 해달라고 말하는가 하면, 친구에게 보낼 개인 물품을 다른 후배 직원에게 부쳐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신고인은 사건 직후 팀내 다른 직원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고 근로계약 종료일까지 기간이 남았음에도 퇴직 의사를 밝히고 일을 그만뒀다.
A씨는 견책을 처분 받았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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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문화유산콘텐츠실 4급 직원 B씨는 온라인 홍보를 위해 재단이 채용한 프리랜서에게 야근을 강요하고 계약 유지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다.
피해를 입은 신고인에 따르면 PD로 불린 B씨는 "넌 퇴근 시간 6시 반을 넘긴 적이 없어. 다른 팀 사람들은 매일 밤새며 일해"라며 압박을 가했다.
신고인은 B씨가 "그 전에 공부 잘 했니?", "네가 업체를 평가할 급이 된다고 생각해?", "네 밑바닥 다 보여줄래?", "카톡은 1초 만에 답해. 홍보하는 애가 카톡도 안 보고 뭐해" 등 폭언을 했다고 진정서에 기술했다.
B씨는 업무에 대한 질책 시 "자신이 없으면 언제든지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해도 된다"거나 "업무적 피드백을 3번 이상 하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신고인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기도 했다.
신고인은 B씨의 갑질로 인해 더 이상 업무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계약한 금액의 55%만을 받고는 퇴직했고, B씨는 경고를 처분 받았다.
재단 내 갑질은 직급 차이가 없는 문화상품실 판매직원 간에도 발생했다.
무기계약직 C씨는 자신들보다 후임인 직원들을 향해 과도하게 고성을 지르거나, 자신 등 다른 사람의 잘못을 특정인에게 전가해 질책하는 등 갑질을 가했다.
C씨보다 입사가 3년 늦은 피해 신고인은 C씨가 손님을 응대하는 상황임에도 손짓으로 불러내 청소 등 다른 업무를 지시하거나 과도하게 소리를 질러 이에 놀란 외국인 손님이 물건 관람 중 자리를 뜨는 등의 사건이 벌어졌다고 진술했다.
C씨는 대상포진을 앓고 있어 힘든 업무를 맡지 않도록 다른 동료들이 배려해주고 있는 후배 직원에게 바닥 닦기와 독한 약품을 사용하는 유리창 닦기 등의 업무를 지시했다.
신고인에 따르면 C씨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친하다는 이유로 후배 직원에게 "머리를 왜 달고 다니냐"는 폭언을 가했고, 신입직원을 "굴복"시키기 위해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기도 했다.
신고인은 자신보다 17세나 많은 직원에게도 고성과 과도한 업무를 지시했고, 이를 지켜본 또 다른 피해 직원은 이를 계기로 퇴사를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C씨는 근무지 변경을 위한 전보와 경고 조치를 받았다.
전용기 의원은 "직장 갑질은 피해자에게 정신·육체적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다른 동료들에게 '나도 그래도 괜찮다'는 그릇된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재단은 구호에 그칠 청렴 서약만 할 것이 아니라 직장문화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교육과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