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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아쉬워 5번이나 본 전시"…팀 아이텔展

공연/전시

    "헤어지기 아쉬워 5번이나 본 전시"…팀 아이텔展

    대구미술관 '팀 아이텔'의 '무제(untitled)'

    팀 아이텔의 신작. '멕시코 정원 전경 1(왼쪽)과 2',2020(사진=대구미술관제공)

     

    "헤어지기 싫어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매번 갈 때마다 다른 걸 생각하게 돼 보고 또 보고 하게 된다. 전국 전시 중 제일 볼 만하다. 기어이 봐야 하는 전시다"

    추상표현주의 작가 조미향(62)의 말이다. 전시가 너무 좋아 주위에 소개하고 예약까지 직접 해줬다는 조 작가는 "대구에서 이런 귀한 전시가 열려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마음을 흔드는 전시는 흔치 않다"며 "그림은 개인을 기록했는데 그림들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공감되고, 일종의 안도감이 든다"고 전했다.

    팀 아이텔의 대표작 '보트',2004, (사진=대구미술관제공)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죽음을 건너는 느낌이다. 코로나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죽음을 잘 나타냈다"

    역시 서너번 전시를 보러 갔다는 치과의사 김창홍(59)씨는 "그림 속에서 서로 각자 다른 곳을 보는 따뜻하지 않은 시선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따로 있는 느낌이 든다"며 "진료실에서도 그렇고, 항상 코로나로 상대를 경계해야 하는, 겁나는 현재 상황이 묘하게 이 전시와 맞아 떨어지더라"고 했다.

    이렇게 몇 번씩이나 전시장을 찾을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전시는 어떤 전시일까?
    바로 대구미술관(관장:최은주)에서 열리고 있는 독일 작가 팀 아이텔(Tim Eitel, 49)의 개인전 '무제(untitled, 2001-2020)'다. 구 서독 레온베르크 출신인 팀 아이텔은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동독 지역이었던 라이프치히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독일 현대회화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뉴-라이프치히파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3점을 포함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그가 작업한 작품 70여점이 전시중이다. 대표작 '보트' 외에 '검은 모래'(2004), '오프닝'(2006), '푸른 하늘'(2018) 등 회화 67점과 작품에 영향을 준 책 30여권도 함께 소개한다.

    1년 여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세계 8개국 50여 곳 소장처의 대여 협조로 이루어진 대규모 회고전이다. 지난 2011년과 17년 개인전을 연 학고재갤러리가 11점을 대여해주는 등 국내외 소장자들이 힘을 보탰다.

    팀 아이텔의 'MMK',2001(사진=대구미술관제공)

     


    전시를 기획한 유명진 학예연구사는 "작가가 코로나 때문에 오지 못해 거의 매일 두 세시간씩 영상통화하며 설치를 구상했다"며 "그림의 모티프(motif, 문학·음악 작품 속에서 반복, 전개되는 주제)가 되는 사진 300여장이 처음으로 함께 공개된다"고 말했다. 실제 탁 트인 전시장은 현대인의 외로움과 공허를 담은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진다.

    어두운 색채, 침잠한 분위기, 도회적인 느낌, 한 눈에 무슨 그림인지 알 것같다가도 또 웬지모를 생경한 느낌을 갖게 되는 작품들. 한 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어도, 그냥 바라만 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다.

    관람객들의 말마따나 코로나 상황이라 더욱 와닿는 현대인의 고독과 절망, 무관심 속에 감추어진 관심 등이 다양하게 스며든 작품을 보며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직접 보면 느낄 수 있는 명작이 주는 감동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전시를 보고나서 여러가지 감정들과 맞닥뜨리며 작가가 한 단어나 한 구절로 표현할 수 없어 전시의 제목을 '무제'라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로 직접 오지 못한 작가는 대구미술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은 차분하나 젊은 작가는 활기있고 생동감 넘친다. 사전 예약되는 인원이 하루 200명으로 제한됐지만 관람객들의 요청으로 7일부터 320명으로 늘었다. 전시는 18일까지.

    팀 아이텔의 개인전 '무제'가 열리고 있는 대구미술관 전시 전경(사진=대구미술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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