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변준형 (사진=KBL 제공)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친 뒤 골밑에서는 절묘한 페이크로 동료에게 어시스트를 건넸다. 쿼터가 끝나기 전 마지막 공격 때 스탭백 3점슛을 던졌고 공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국내선수에게서 자주 보기 어려운 아이솔레이션 상황에서는 감각적인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상대 수비의 발을 묶으며 득점을 터뜨렸다.
화려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고 싶어하는 프로농구 팬들의 갈증을 풀어준 선수는 바로 안양 KGC인삼공사의 3년차 가드 변준형이었다.
변준형은 17일 오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주 DB와 원정경기에서 파울트러블 때문에 23분 출전에 그쳤음에도 18득점 4어시스트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GC인삼공사는 공수에서 팀에 기여한 변준형과 25득점을 몰아넣은 간판 오세근의 활약으로 김종규와 윤호영이 부상으로 결장한 DB를 99대81로 완파했다.
오세근이 골밑을 지배했다면 변준형은 화려함을 담당했다. 1대1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제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경기 내내 코트를 감돌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동석한 선배 오세근은 "변준형이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서 알고 있는데 공격력은 KBL 가드 중에서 다섯손가락 안에는 충분히 들어갈 것"이라고 칭찬했다.
변준형은 이번 시즌 들어 스텝백 3점슛을 자주 던진다. 3점슛 관련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대농구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방향이라 농구 팬의 관심도 뜨겁다.
변준형이 2쿼터 도중 나카무라 타이치를 완벽하게 제칠 수 있었던 것도 뒤로 빠지는 드리블 스텝이 슛과 이어지는 줄 알고 상대가 속았기 때문이다.
변준형은 "다들 저의 스텝백을 막으려고 하는 것 같다. 페이크를 하면 모두 뜨더라. 제가 한경기에 스텝백 3점슛만 10개 넘게 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속아주니까 고맙다"며 웃었다.
KGC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들어 공격의 중심이 오세근이 버티는 골밑에서 변준형과 이재도가 이끄는 외곽으로 바뀌었다. 오세근이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것도 이같은 변화에 적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김승기 감독은 팀 공격시 선수들에게 그린라이트를 준다. 특히 변준형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김승기 감독은 "능력이 있으니까 그렇게 해주는 것이다. 그 능력을 키워서 발휘하게끔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며 "변준형의 1대1 공격은 막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준형은 "어렸을 때부터 팀 플레이보다 볼 소유가 많은 농구를 했고 소속팀의 요청으로 1대1도 많이 했다. 그래서 잡아서 쏘는 슛보다 드리블을 하면서 펼치는 공격에 익숙하다. 그런 농구에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세근은 "변준형은 그냥 던지는 슛보다 스텝백이 더 정확한 선수다. 움직이면서 쏘는 게 더 잘 들어간다"며 웃었다. 변준형은 아무 반박도 하지 않고 함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