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8살배기 외손자를 잃은 할아버지의 눈시울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병실에 누워 있던 손자를 영상 통화로나마 잠시 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했다.
치료 중 끝내 숨진 '인천 라면 화재' 형제의 동생 A(8)군의 외할아버지는 22일 "감염 때문에 면회가 잘 안 되니까 요즘 영상 통화로만 손자 얼굴을 봤다"며 "상태가 좋아졌다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특히 작은 외손주는 태어날 때부터 몸집이 작고 약해서 어릴 때 성장 촉진제도 맞고 했던 기억이 난다"며 손자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어 "애들 엄마가 화재 이후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며 "어린 아기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슬픔을 누르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자신이 운영하던 남동공단 한 업체에서 큰불이 나 잠시 딸과 외손주들과 함께 같은 집에 살기도 했다고 한다.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던 그는 "좋은 일도 아닌데 너무 이슈가 돼서 가족들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애 엄마가 아이들을 방임했다, 학대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실제와 다르다"라고도 덧붙였다.
전날 저녁 인천시 연수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A군의 빈소에는 어머니, 외할아버지, 가까운 일가친척들만 자리를 지킬 뿐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만이 2개 놓였을 뿐 가까운 친척 외에는 조문도 거의 받지 않고 있었다.
A군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1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한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집에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A군은 지난달 추석 연휴 기간 형 B(10)군과 함께 의식을 되찾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지는 등 상태가 호전됐으나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화재 발생 37일 만인 전날 오후 3시 45분께 끝내 숨졌다.
B군은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어 2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건강이 많이 호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