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가 추가로 6명의 선거인단만 더 확보하면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친서교환을 하며 친분을 유지해온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대미관계에서 그야말로 급변한 정책 환경을 맞게 된다.
향후 북한의 대미·대남 등 한반도 정책 전망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북한 내년 상반기 ICBM 쏠 가능성 있다(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해서 내년 1월 20일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4월 5일까지 청문회를 마친 뒤 약 두 달 정도 정책 검토 기간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야 내년 6월입니다.
북미 비핵화 실무접촉을 두 번 정도 하고 성과가 나서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려면 내년 말이나 후년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북한의 요구대로 군축협상의 길을 간다고 해도 시간은 더 걸립니다.
제재를 받는 북한이 이런 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전략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과거의 패턴이었습니다.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문제의 정책 우선순위가 떨어질 때 북한이 택한 것이 전략도발입니다.
전략도발을 하면 미 행정부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고 정부를 압박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서 북미 실무협상 등이 미뤄지면 정부 출범초기나 내년 상반기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면 대화는 촉진되겠지만 이러 과정 역시 비핵화 합의를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내년 3월 한미군사훈련이 관건이다(이정철 숭실대 교수) '굉장히 중요한 것이 내년 3월 군사훈련입니다. 어쨌든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동결하는데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때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내년 7,8월은 되어야 동아태 차관보를 임명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때까지 정책 리뷰기간에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의의 무시정책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때까지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미 관료체계에서는 그동안 해오던 것을 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은 내년 3월에 예정대로 한미연합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관료의 논리입니다.
한미가 3월에 군사훈련을 하는데 북한이 이를 도발로 여기면 당연히 어떤 형태로든 도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시기를 어떻게든 관리를 해야 합니다.
바이든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두 가지 얘기를 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데 북한 핵능력의 감소를 조건을 내걸었고 그 다음 비핵지대화를 언급했습니다. 사실상의 선 비핵화 요구입니다.
비핵지대화를 언급한 것은 신선한데 핵능력 감소라는 조건은 전통적인 선 행동 옵션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입니다. 굉장히 잘 만든 조합인데 실제 행동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든이 되면 실제 아무것도 못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사진=연합뉴스)
◇대미 공세보다는 대남 공세 가능성이 더 크다(박원곤 한동대 교수)"북한으로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화성 16형, 화성 15형을 발사하지 않고 실전배치는 힘듭니다. 그 시점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 이후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을 반복하면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강경책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셈법이 매우 복잡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오히려 남한을 향해 공세를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NLL 도발을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적대관계를 유예한다고 했는데, 유예가 철회는 아닙니다.
그래서 북한은 대남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을 압박하는 그런 선택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북한이 대남공세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북한이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북한이 남한에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 시나리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북미관계를 푸는 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제재에 대해 자력갱생의 장기전을 선언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잘 되지 않아서 현재 80일 전투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에 북한이 우리 측에 대해 공세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안정적으로 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공세보다는 발전적으로 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검토기간에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를 잘 만들어서 호의적으로 갈 유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열병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라며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공무원 피살사건에 신속히 사과 입장을 전한 것을 볼 때 남북관계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상의 전문가 발언은 '미대선 이후 한반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5일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파 포럼에 나온 것임을 알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