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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15만원 '고액 알바의 늪'…40대 보이스피싱 송금책 검거

부산

    일당 15만원 '고액 알바의 늪'…40대 보이스피싱 송금책 검거

    전국 돌며 한 달간 2억 3천만 원 가로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
    생활정보지 '고액알바' 광고 통해 조직과 접촉…일당 15만 원
    보이스피싱 조직, 송금책에 수당과 교통비까지 모두 지급
    피해자 대부분은 서민…경찰 "고액알바 유혹 조직에 가담해선 안 돼"

    늘어나는 보이스피싱 피해액. (그래픽=김성기 기자)

     

    부산에서 일당 15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송금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고액 알바'에 속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단순 가담했더라도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49·여)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17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피해자 15명으로부터 모두 2억 3천만 원 상당의 현금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생활정보지에서 '고액 알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조직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조직은 A씨에게 "금융기관 채권회수팀 소속으로 일하게 되며, 고객들이 건네는 현금을 받아 안내한 계좌로 입금하기만 하면 된다"며 "하루 기본 일당 15만 원에 수금액이 1500만 원 이상이면 100만 원 단위로 만 원씩 수당을 지급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아르바이트 채용 과정에서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 증명서, 본인과 가족 전화번호를 해당 조직에 넘긴 뒤 전화 통화만으로 '수금책'으로 채용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통상 아르바이트나 회사채용 과정에서는 최소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일에 적합한지 면접이라도 보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이런 점이 이상하다고 의심할 법도 한데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이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벌이가 좋은 알바인 줄로만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취직한 곳은 금융기관이 아닌, 대면 편취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이 조직은 주로 2·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있는 대출금을 갚으면 저금리로 다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였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에게 "우리 직원을 보내겠다. 인출한 현금을 직접 전달하라"고 안내했고, A씨를 보내 현금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경북에 거주하는 A씨는 조직 지시에 따라 서울·부산·인천·경기·충남·경남 등으로 이동해 돈을 수금해 주변 ATM기에서 조직이 알려 준 계좌로 보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비는 모두 조직이 지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A씨가 한 달간 조직으로 송금한 돈만 2억 3천만원이 넘는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A씨에게 적게는 550만 원, 많게는 4200만 원을 건넨 피해자들은 대부분 1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서민들이었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경남 거제에서 A씨에게 1820만 원을 건넨 한 피해자는 피해액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없겠느냐고 연신 하소연하면서, 돈을 갚기 위해 팔이 부러진 상태로 폐차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며 "피해자 대부분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 사기까지 당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경찰서. (사진=박진홍 기자)

     

    경찰은 A씨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가 범행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점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금도 "자신을 채용한 곳이 보이스피싱 조직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최근 사하경찰서에서 검거한 비슷한 유형의 송금책이 구속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송금책 B씨(50대)는 지난 9월부터 한 달 동안 피해자 4명으로부터 1억 9천만 원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한 혐의로 구속, 검찰에 송치됐다. [관련기사 10.28 CBS노컷뉴스="보이스피싱 아니냐" 피해자 오해에 발로 뛴 경찰]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이라는 걸 처음에는 정말 몰랐고, 이후 송금 방식 등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불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A씨와 B씨 모두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대부분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에 있는 만큼, 국내 수·송금책만 없어도 관련 범죄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고액 알바'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액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조직과 접촉해 송금만 한 경우라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법원에서 엄한 판결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송금책만 없어도 이 범죄는 7~80%가량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절대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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