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KT 위즈의 이강철 감독은 9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불펜에 대기시키겠다며 "2-3점차 이기고 있으면 1이닝 정도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마운드 운영이다. 그런데 이강철 감독은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웬만하면 쿠에바스를 기용하지 않겠다면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통해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KT는 정규리그 마지막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데스파이네를 불펜으로 기용했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1대0으로 앞선 5회말 무사 2,3루에서 등판한 데스파이네가 무려 4점을 내준 것이다.
결국 KT는 한화에 3대4로 졌다. 같은 날 LG 트윈스가 SK에게 패하지 않았다면 2위를 LG에게 내줄 수도 있었다. 이처럼 불펜이 익숙하지 않은 선발투수의 중간 투입은 늘 변수가 따른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이 1차전에서 쿠에바스를 중간계투로 대기시킨 이유는 시즌동안 다소 기복이 있었던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 1차전에 짧게 던져도 3차전 이후 선발 등판에는 무리가 없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쿠에바스는 이강철 감독의 공언과는 달리 0대0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쿠에바스는 대타로 나선 선두타자 최주환을 몸 맞은 공으로 내보내 불안하게 출발했다. 정수빈의 희생번트 이후 호세 페르난데스가 때린 공은 1루수 강백호의 정면으로 가긴 했지만 잘 맞은 타구였다.
쿠에바스가 오재일에게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허용하자 KT는 쿠에바스 카드의 실패를 인정하고 투수를 마무리 김재윤으로 바꿨다.
6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KT 선발 소형준에 막혔던 두산 타선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산은 김재환과 허경민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뽑아 길었던 0의 균형을 깼다.
김재윤이 시즌 막판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주자를 득점권에 두고 등판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KT는 8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유한준의 2타점 적시타로 간신히 다시 균형을 맞췄다. 압도적이었던 크리스 플렉센의 투구수가 많아진 게 KT에게는 기회가 됐다. 결과론이지만 KT의 8회초 불펜 운영은 지난 한화전을 떠올리게 할만큼 아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