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구창모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 구창모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딱 한 차례 선발 등판했다.
이번 시즌 가장 눈부신 명품 투수전으로 평가받을만한 지난 5월20일 잠실 경기였다.
코로나19로 인해 5월에 개막한 2020시즌 KBO 리그는 초반 홈런이 쏟아지며 타고투저 양상을 보이는듯 했다. 하지만 구창모와 크리스 플렉센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그날의 잠실구장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구창모는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에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8이닝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시즌 첫 2경기에서 총 14이닝 무실점 탈삼진 18개를 기록하며 2승을 수확한 구창모의 돌풍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호투였다.
다음 날 양팀 사령탑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동욱 NC 감독은 "강한 국내 선발투수가 나온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말했고 적장 김태형 두산 감독도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달랐다. 어마어마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NC는 구창모의 압도적인 호투에도 승부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두산의 플렉센 역시 막강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령탑들은 이번 시즌 새롭게 KBO 무대를 밟은 외국인투수 가운데 플렉센을 경계대상 1호로 지목했다.
이동욱 감독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는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위력적이고 좋은 구위를 갖췄다.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라고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동욱 감독은 5월20일 잠실에서 플렉센의 위력을 두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플렉센은 8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를 솎아내며 4피안타 2볼넷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두산 베어스의 크리스 플렉센 (사진=연합뉴스)
양팀은 그날 정규이닝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는 연장 11회말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운 두산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박세혁의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지만 양팀 선발투수의 눈부신 호투 행진이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제 두 선수는 약 6개월 만에 다시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구창모와 플렉센은 18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 나란히 선발 등판한다.
NC는 외국인투수 마이크 라이트 대신 구창모에게 2차전 선발 중책을 맡겼다. 이동욱 감독은 "구창모가 라이트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다"고 밝혔다.
구창모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9승무패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다. 7월까지 압도적인 페이스를 자랑했지만 팔꿈치 부상에 흐름이 끊겼다. 정규리그 막판 복귀해 불펜과 선발로 각각 한 차례씩 등판해 감각을 조율했다.
구창모는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불펜투수로 등판한 경험이 있다. NC가 두산에게 4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시리즈다.
전세가 역전됐다. 4년 전과 달리 한국시리즈로 직행한 팀은 바로 NC다. 또 NC는 17일 1차전에서 5대3 승리를 거둬 기선을 제압한 상태다.
한국시리즈 첫 선발 등판을 앞둔 구창모는 자신감이 넘친다. "몸 상태는 80~90%까지 올라왔다. 부족한 10~20%는 경기 감각"이라고 말했다.
플렉센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 10월부터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한 플렉센은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0을 올리며 활약했다.
두산은 플렉센이 선발 등판한 2경기를 모두 이겼다. 플렉센은 KT 위즈를 상대한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이닝 세이브를 올리며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책임졌다. 그날 등판 이후 4일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두산은 1차전에서 20승 다승왕 라울 알칸타라를 내고도 졌다. 두산의 원투펀치는 막강하지만 3-4선발은 NC에게 밀린다는 평가다. 따라서 두산은 플렉센의 선발 등판을 결코 낭비해서는 안된다.
구창모와 플렉센은 지난 5월 우열을 가리지 힘든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그때 가리지 못했던 승부를 이제는 결판지어야 할 때다. 2차전 결과에 따라 한국시리즈 승부의 흐름은 크게 요동 칠 것이다. 두 선수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