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는 1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데뷔 20주년 기념앨범이자 정규 10집인 '베터'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래, 춤, 퍼포먼스, 외국어 실력까지 갖춘 만 13세 소녀. 이미 H.O.T., S.E.S.,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무수한 아이돌을 히트시킨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야심 찬 프로젝트 주인공. 데뷔 전부터 보아가 주목받을 이유는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보아의 대단함은 데뷔 '이후'부터 더 잘 드러났다. 어쩌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높은 기대가 뒤따랐는데도 보아는 늘 발전하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그 치열한 시간이 쌓여 20년이 되었다.
1일 오전, 가수 보아의 정규 10집 '베터'(BETTER)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단순히 새 앨범 이야기만 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2000년 가요계에 등장해 여전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보아가 20주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아직도 본인 입으로 '20주년'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보아는 함께하는 댄서로 띠동갑이 들어올 때 '아, 내가 오래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보아는 "사실 저보다 주변 분들이 의미 부여를 더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저는 아무래도 실연자인 입장에서 20주년 앨범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가장 20주년다운 앨범이 뭘까. 20주년 맞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가장 20주년 앨범다운 앨범이 되지 않을까. 저는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 같다. 저까지 막 무겁게 의미 부여를 하면 앨범이 너무 무거워서 세상에 안 나올 것 같다"라고 웃었다.
20년 활동을 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너무너무 많다"라고 운을 뗀 보아는 "일단 '넘버 원'(No. 1) 때 대상 받았던 기억이 제일 크다. 제가 요즘 20주년이라 그런지 예전 영상이 SNS에 되게 많이 돌아다니더라. 가장 많이 봤던 게 MKMF(2005)에서 '걸스 온 탑' 했을 때다. 너무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이 아직도 봐주시는 거 같아서 그 무대도 기억이 난다"라고 답했다.
보아는 직접 고른 대표곡 3곡은 '넘버 원', '온리 원', '걸스 온 탑'이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온리 원', '걸스 온 탑', '넘버 원' 콘셉트 이미지 (사진=보아 공식 페이스북)
가장 기억에 남는 곡과 무대에 관해서는 정규 2집 타이틀곡 '넘버 원'과 정규 7집 타이틀곡 '온리 원'(Only One)을 들었다. '넘버 원'은 보아의 대표곡이자 첫 대상을 안겨준 곡이었고 '온리 원'은 보아가 작사·작곡한 첫 번째 타이틀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또 정규 5집 타이틀곡 '걸스 온 탑'을 고른 보아는 "보아의 걸크러시를 만들어준 노래가 아닌가 해서"라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무대는 2013년 열린 한국 첫 단독 콘서트와 2015년 진행한 세종문화회관 콘서트라고 답했다.
지난 20년 동안 보아는 어떤 가수였는지 자평해 본다면 어떨까. 보아는 "저는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가수였다! 열심히 했다"라며 웃었다. 잃고 싶지 않은 초심이나 태도를 질문하자 "음악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그리고 책임감? 이 음악을 내는 나의 책임감, 이 무대에 서는 나의 책임감. 그 책임감 하나로 모든 게 다 이뤄지는 것 같다. 잃지 않는 건 내 이름과 내 무대에 따른 책임감"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한류를 주도한 인물이자, 일찍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등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보아. 후배 가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냐는 질문에도 그는 '책임감'을 말했다.
보아는 "워낙 잘하고 계셔서 제가 어떤 조언을 드려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음악 하는 음악인들로서 본인들 음악에… 뭔가 계속 책임감을 얘기해서 그런데, 그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것 같다. 물론 이미 그러고 계시겠지만, K팝의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더 고민하고 좋은 음악을 내는 게 주어진 임무가 아닌가"라고 바라봤다.
보아 역시 지치거나 고갈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잦고, 앨범 낼 때마다 매번 느낀다면서도 "그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인 것 같다"라며 "채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채우는 방법은 뭘까. 영화, 유튜브도 많이 보고 음악도 자주 듣는다. 보아는 "가끔 나태해졌구나 생각이 들 때 제 예전 영상 찾아본다. '저렇게 열심히 하던 아이가 왜 이렇게 됐지?' 예전 제 영상에 자극받을 때도 많고 최근에 활동하는 좋은 가수들도 보면서 '저런 친구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뭐라고 나태할까' 한다"라고 설명했다.
2000년 8월 25일 '아이디; 피스 비'로 데뷔한 보아.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단 요즘 후배분들의 활동은 제가 그때 당시에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영역이고 너무 멋있고 진짜 제가 봐도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감사하게도 저를 해외 진출의 선구자라고 말씀해주셔서 '어, 내가 약간 덕 보고 있나?' 싶기도 해요. (웃음)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K팝이라는 게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정말 전 세계를 향하는 음악이 됐잖아요. 나도 나의 작품, 뮤직비디오, 앨범에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좋은 퀄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구나 하죠. 이제는 정말 봐주시는 분들의 숫자가 너무 많이 달라졌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 음악을 낼까를 더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 많이 해요. 뭔가 끊임없이 배우고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뒤처지지 않는 것 같아요."
보아는 데뷔 이래 20년 동안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스태프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신을 데뷔시킨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20주년을 맞아 어떤 말을 했는지 묻자 "딱히 해 주신 말씀은 없다. '네가 벌써 20년이니? 오래됐구나' 하셨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항상 제 옆에 조력자로 계신다는 거에 너무 큰 감사를 느끼고, 항상 이렇게 같이 음악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 시절을 거쳐 만 13세에 데뷔한 20년 전의 자신에게 보아가 하고 싶은 말은 '고마워'였다. 보아는 "고맙다는 얘기 가장 해 주고 싶다. 보아야, 고마워. 너 덕분에 내가 20주년을 맞이했단다. 근데 진짜 저는 가끔 생각하는데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렇게 독하게 잘해나가고 지켜오고 꿋꿋하게 살아남았을까 한다. 그래서 저는 너무 고맙다. 그때 제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니까 전 참 고마운 생각이 많이 드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를 항상 생각한다는 보아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30주년'이다. 그는 "나훈아 선배님 무대 보면서 되게 반성 많이 했다. '20년은 애기야!' 이러면서. 앞으로는 또 다른 10년이 있을 거고, 20년이 있을 테지만, 일단 저는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이기 때문에 몸 관리 잘해서 계속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저를 관리하는 게 제 임무인 것 같다. 앞으로 목표는 딱 정해놓지 않았지만 앞으로 30주년은 맞이할 수 있도록 또 열심히 달려야겠다"라고 밝혔다.
보아의 정규 10집 '베터'(BETTER)는 오늘(1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 발매됐고 실물 음반은 내일(2일) 발매된다.
20주년을 맞은 보아의 다음 목표는 '30주년'이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