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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룡경찰' 현실로…견제수단 국가경찰委 위상은 '멈춤'

사건/사고

    [단독]'공룡경찰' 현실로…견제수단 국가경찰委 위상은 '멈춤'

    경찰권 강화됐지만, 견제수단 국가경찰위 위상은 그대로
    시도자치경찰위는 '합의제 행정기관' 국가경찰위는 '자문기관' 불균형
    박정훈 경찰위원장, 국회 행안위에 문제점 의견 제시
    행안위 '속도전' 급급해 제대로 된 논의도 없어
    경찰권 강화, 견제수단은 미흡…"무늬만 경찰개혁"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수사 종결권 부여, 국가수사본부 설치, 대공수사권 이관 등으로 경찰권은 비대해졌지만 '공룡경찰'의 견제 수단으로 꼽히는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상은 사실상 그대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라 견제기구로 신설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경우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독립성을 명문화했지만, 국가경찰위는 여전히 심의·의결 기구로만 머물러 있어 '불균형'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박정훈 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경찰개혁 법안 상정을 앞두고 국회에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속도전'을 내세운 정부·여당은 이 사안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개혁'에만 몰두한 나머지 '공룡경찰'을 제어할 수단은 갖추지 않은, '무늬만 경찰개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법한 대목이다.

    ◇경찰위원장, 국회 행안위에 의견서 전달…"국가경찰위, 자치경찰위 불균형"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말 박정훈 경찰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으로부터 경찰개혁 법안과 관련한 의견서를 전달 받았다.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여러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회 행안위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국가경찰위원회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의견서에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임을 명시하고 필요한 사무기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국가경찰위원회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며 "이는 명백한 불균형이므로 국가경찰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실효적으로 자치경찰 기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합의제 행정기관임을 명시하고 사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라면, 국가경찰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경찰위원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국가경찰에 대한 통제를 자치경찰에 대한 통제보다 훨씬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국회 행안위는 정의당을 배제한 채 여야 합의로 경찰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경찰의 사무는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눠지고,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경찰청에 신설된다. 한 조직에 국가경찰, 자치경찰, 수사경찰이 있는 '한지붕 세가족' 형태다.

    경찰 민주화를 위해 1991년 만들어진 행정안전부 소속 경찰위원회는 경찰행정의 최고 심의·의결 기구다. 이번 경찰개혁으로 기존 경찰위원회는 '국가경찰위원회'(행안부 소속)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자치경찰 도입에 따라 '시·도자치경찰위원회'(시·도지사 소속)가 신설됐다. 각각 국가경찰행정과 자치경찰행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하지만 두 위원회의 위상이 다르면서 불균형과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독립적인 기관'이라는 명문화다. 정부조직법상 합의제 행정기관은 소관사무의 일부를 독립해 수행할 필요가 있는 때 설치할 수 있다. 그만큼 독립적인 기관이라는 점을 상징하는 셈이다.

    경찰법 개정안에 따르면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국가경찰위는 이러한 조항이 없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상에서도 국가경찰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아닌 '자문기관'에 그치는 상황이다.

    법률상 합의제 행정기관과 자문기관의 차이는 단순히 명칭에만 그치진 않는다. 시·도자치경찰위는 법상 자체 사무국을 둘 수 있지만, 국가경찰위는 경찰청으로부터 파견을 받아야 한다. 이밖에 상임위원의 경우 시·도자치경찰위(총 7명)는 위원장 1명과 위원 1명으로 두 명이지만, 국가경찰위(총 7명)는 위원 1명뿐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불균형 문제는 지난 9월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이 작성한 경찰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도 그대로 드러나있다.

    보고서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의 구분을 위해 '경찰위원회'의 명칭을 '국가경찰위원회'로 변경하는 형식적 조치로 보인다"라며 "국가경찰위원회의 법적 지위는 심의·의결기구로 한정하는 한편, 시·도경찰위원회의 위원장은 상임으로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원장은 비상임으로 정해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두 기관의 법적 지위 등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수사권 조정으로 증대한 경찰권을 견제하기 위한 외부의 독립 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가진 기구로 (국가)경찰위원회의 지위를 재설정하는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회 행안위에서는 경찰법 개정안 상정 과정에서 이러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위 한 관계자는 "자치경찰과 국수본이 워낙 급하니까 같이 논의가 안됐다"며 "아쉽지만, 추가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정훈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의견을 제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경찰위원회가 국가경찰에 대한 통제를 실효적으로 할 수 있는 기관으로 계속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국가경찰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명문화하고 상임위원을 2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달 11일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委 실질화 아직도…경찰권 확대, 견제 약한 '무늬만 경찰개혁' 지적

    (사진=경찰청 제공)

     

    물론 이번 개정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국가경찰위의 권한은 여럿 추가됐다. 시⋅도자치경찰위 위원을 1명 추천할 수 있고, 시⋅도자치경찰위 의결이 잘못됐다고 판단된다면 경찰청장은 국가경찰위를 거쳐 재의요구를 할 수 있게 한 조항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독립성이 명문화되지 않는 한 국가경찰위는 근본적으로 계속 애매한 위상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행정기관위원회법에 따르면 합의제 행정기관 요건은 △업무의 내용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 △업무의 성질상 특히 신중한 절차를 거쳐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것 △기존 행정기관의 업무와 중복되지 않고 독자성이 있을 것 등이다.

    행안부 소속인 국가경찰위는 치안 및 경찰 행정을 심의하지만,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15개 권한 중 치안이나 경찰은 없어 업무의 내용이나 중복성을 따지더라도 이미 요건이 충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국가경찰위 위상 강화 및 실질화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제기돼 온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경찰위원회 실질화 권고안'에 따르면 경찰위를 행안부 소속에서 국무총리 직속 중앙행정기관으로 이관하고 위원장의 지위를 장관급으로 하는 한편, 경찰청장과 국수본 임명 제청권도 보유할 수 있게끔 했다. 경찰은 이러한 권고안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은 사실상 없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창룡 경찰청장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권고안을 수용해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권을 계속 확대해왔다"면서도 "국무총리 직속 기관이나, 합의제 행정기관 등은 정부 차원이나 국회에서 논의할 소관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결국 견제수단인 경찰위 위상 강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찰권만 강화된 '무늬만 경찰개혁'이란 비판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이호영 총무위원장은 "이제까지 계속 제기된 문제에 대해선 하나도 실질화가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자치경찰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경찰 파트에 대한 통제를 사실상 놓쳤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개혁 결과와 달리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위원회의 실질적인 기능은 심의․의결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정부 분류상으로는 자문기관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그 부분은 경찰위원회를 명실공히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격상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위원장, 국수본‧자치경찰제 일부 우려 표명

    이밖에도 박정훈 경찰위원장은 의견서를 통해 국수본과 자치경찰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의견서에서 박 위원장은 "국수본 수사의 범위가 한정돼야 한다"며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범인의 확인과 증거 수집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의미의 수사는 모든 치안활동에 수반된다"며 "국수본에 속하는 수사를 한정하지 않으면 교통경찰, 경비경찰(집회⋅시위), 여성⋅청소년경찰 등 거의 모든 치안활동이 국수본의 지휘권에 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청장의 지휘권이 형해화될 뿐만 아니라, 일선 시⋅도경찰청 단위에서도 치안활동과 치안수사에 대한 지휘라인이 분리돼 혼선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국수본에 속하는 수사를 예컨대 기획수사, 인지수사, 고소⋅고발에 의한 수사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사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자치경찰과 관련해선 "자치경찰사무 중 '안전사고 및 재해⋅재난 등으로부터의 주민보호'가 오로지 자치경찰사무에 속하고 국가경찰사무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면 대통령과 정부의 헌법상 권한과 책임이 소멸하게 되므로 법적으로 위헌 문제가 발생한다'며 "자치경찰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치경찰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국가경찰 기능도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직권남용의 위험 때문에 작동하지 않음으로 치안공백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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