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24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의혹을 "권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전 시장,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성범죄를 위력에 의한 성범죄라고 보는데 후보자도 이에 동의하냐"는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의 질의에 "동의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정 후보자는 "권력형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점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국무위원도 아니고 후보자로서 어떤 발언을 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추가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이 가해자가 맞느냐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의 질문에는 "이런 성범죄 사건에는 통상적으로 피해자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오 전 시장은 본인의 잘못을 시인했다"고 답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인식이 열린 지난 7월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 차량이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이미 고인이 됐다.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답했지만 고발자를 "피해자로 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장례가 5일장의 서울시장으로 치러진 데 대해서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가 공개된 일에 대해서도 "2차 가해이자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2항에 의하면 이렇게 실명을 밝히고 피해자를 특정해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하거나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처벌법 적용대상"이라며 "다시 말하자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전날인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박원순 시장 비서의 손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피해자가 쓴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실명까지 노출돼 논란이 일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에서는 정 후보자가 과거 충청북도 여성정책관 재직 당시 여성 비하 발언에 동조했다는 점을 들어 자질을 문제 삼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여성이 집에 들어앉도록 하는 정책도 펴시라'는 발언에 정 후보자가 '알겠다'고 답변했다"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알겠다고 답하는 것은 여가부 장관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 후보자는 "지적할 때 이견을 제시하면 나중에 굉장히 문제가 생겼다. 의장실에 불려가서 혼나거나 꾸중을 들었다"며 "행정사무감사의 특수성에 대해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올바른 말을 하는데 호통치고 문제될까봐 시인하는 것은 핑계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