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새롭게 내놓은 5시리즈 중 고배기량‧고출력인 540i X-drive(AWD) 모델을 시승했다.
BMW는 5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이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지난 5월 월드프리미어(세계 첫 공개) 행사를 우리나라(인천 영종도)에서 열었다. 당시 현장에서 살펴봤던 차량을 약 7개월 만에 실제로 타봤다.
5시리즈가 새로워진 점은 디자인이다. 하지만 540i만의 특징은 넘치는 힘이다. 잘 달리는 차의 대명사인 BMW이지만, 그중에서도 540i는 빼어난 가속성능을 보여줬다. 중후한 중형 패밀리-비즈니스 세단의 '탈'을 쓴 무서운 출력의 '늑대', 기대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540i가 돌아왔다.
(사진=유동근 기자)
540i의 첫 인상은 날카롭지만 세련된 느낌이다. 보닛에서부터 이어져 헤드라이트를 가로질러 범퍼 하단까지 이어지는 좌우의 라인은 'V' 형상으로 신형 5시리즈의 인상을 만든다. BMW 고성능 모델인 'M'에서 차용한 MSP(M스포츠패키지)의 요소인 범퍼 디자인도 아주 공격적인 앞모습을 완성한다.
자연스럽게 숙명의 라이벌인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비교됐다. 최근 시승한 E클래스가 부드럽지만 강인한 인상이라면 BMW 5시리즈는 그야말로 '상남자'의 거친 얼굴이다. 전면뿐만 아니라 측면 캐릭터 라인까지 직선 위주로 각진 '건담' 이미지는 여전하다.
(사진=유동근 기자)
후면의 테일램프는 입체적인 디자인과 두꺼운 폰트 느낌의 면 발광 엘이디(LED)가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야수적인 인상의 5시리즈이지만, 뒷모습은 도시적이고 미래적인 인상을 풍긴다.
최근 디자인 추세를 보면 겉모습만으로는 스포츠카 뺨칠 것 같은 인상인데, 실제 달리기 성능은 온순한 차들이 많다. 그러나 BMW는 이 같은 현상과는 180도 다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위성신호(GPS)가 보내는 신호를 기준으로 실제 측정한 BMW의 제로백(0~100km/h 가속시간)은 4.79초에 불과했다. 최근 시승한 차량 중에선 테슬라 모델3를 제외하고 가장 빠른 기록이다. 420마력의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하이브리드(phev)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는 포르쉐 파나메라4E 모델보다 기록이 좋다.
(사진=유동근 기자)
BMW는 전통적으로 스티어링 휠의 예민한 조향감각에 의한 날카로운 코너링에 강점을 지닌다.
540i도 그런 특성을 지녔다. 사륜구동(AWD)이 기본 탑재된 모델이기는 하지만, 회전구간에서 조금만 가속을 하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차체의 길이도 거의 5m에 가깝기 때문에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
참고로 540i의 제원은 전장 4935mm, 휠베이스는 2975mm에 달한다. 중형-준대형에 달하는 사이즈이다.
(사진=유동근 기자)
540i의 출력은 340마력, 최대토크는 45.9km.m에 달한다.
한 등급 아래인 3시리즈에도 40i 모델이 있다. 그런데 3시리즈의 M340i에는 'M'이 붙는 반면, 540i에는 없다. 같은 6기통 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임에도 340i의 출력이 40마력 가량 더 세다. M340i에는 장착된 M-디퍼렌셜(LSD)가 540i에는 없다.
540i는 본격적인 레이싱을 위해 경주용 트랙에서 한계주행을 하기에 적합한 차량은 아니다. 그보다 6기통 특유의 여유 있는 출력과 안정적인 승차감을 바탕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기에 알맞은 GT(그랜드투어러) 성향으로 느껴진다.
(사진=유동근 기자)
그럼에도 540i는 '직발(직진급가속)'에서 만큼은 동생인 M340i한테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편한 승차감으로 무장했다. 고성능 차량임에도 연비도 나쁘지 않았다. 제원상의 10.2km/l(복합) 정도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세단에 기대하는 고급스러움과 퍼포먼스 브랜드인 BMW에 기대하는 운동성을 고루 갖췄다는 얘기다.
(사진=유동근 기자)
내연기관이 저물고 전동화가 진행되는 요즘 6기통 고배기량 차량들은 대중성보다 특별한 것을 원하는 소비심리를 겨냥한다. 520i, 523d(디젤), 530e(플러그인하이브리드), 530i 등 BMW의 준수한 차량들로도 채워지지 않는 2%를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모델인 셈이다.
수입-프리미엄 차량 중 6기통 이상 모델에서 1억원 미만의 가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BMW 540i의 가격은 1억21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