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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반

    '폭망'한 자영업, 방역 고삐 풀어야 하나

    [코로나1년②]코로나 방역 장기화로 자영업 매출 급감
    "정부, 방역 완화하고 손실 보상하라" 요구 분출
    일부 방역전문가 "의료 감당할 수준이면 방역 낮춰 일상 찾아야" 조언
    정치권도 영업 손실 자영업 보상 잰걸음

    글 싣는 순서
    ①'마스크가 백신'…지겹지만 1년 더
    ②'폭망'한 자영업, 방역 고삐 풀어야 하나
    (계속)

    황진환 기자

     

    인천에서 특공무술 체육관을 운영하는 청년 A씨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자발적으로 체육관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한두달만 조심하면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러나 1년 내내 계속 됐고, 그 사이 수강생 숫자는 평소의 1/3로 쪼그라 들었다. 수강생이 줄어드니 고용하고 있던 사범들과 셔틀차량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현재는 사범에 운전기사 역할까지 도맡아 하며 체육관을 혼자 운영하고 있다.

    수입은 형편없이 줄었는데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은 다달이 목을 죈다. 은행에서 대출을 3천만원 받았지만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조마조마하다. 월셋방도 빼서 체육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나마 결혼을 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가족이 있었다면 손해를 버티지 못하고 벌써 폐업했을 겁니다"

    애써 담담함을 유지하던 B씨는 지난달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실내체육관이 집합금지 업종으로 지정돼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구청 직원의 전화를 받고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서울 시내의 한 도시락전문점에서 도시락이 배달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서울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50대 가장 B씨는 요즘 마트에서 배달일을 한다. 평소에도 썩 잘되던 식당은 아니었지만 생활을 근근히 유지할 정도의 수입은 됐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수입은 뚝 끊겼다. 단체 손님들이 사라지고 예약은 인원이 줄거나 아예 취소되는 일이 1년 내내 반복됐다.

    은행 대출도 1천만원 받았지만 임대료 등에 모두 써버리고 없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배달일.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하면 식당 월세는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일을 하지만 식당을 폐업한 것은 아닙니다. 폐업하면 무슨 일을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죠"

    서울에서 호프집을 하는 C씨는 지난 연말 매출이 200만원도 안됐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에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영업시간도 밤 9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손님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재작년 12월 매출은 5800만원. 연말 매출이 1/30 토막난 셈이다.

    "월 임대료만 700만원입니다. 공과금과 관리비까지 합치면 월 천만원씩 나갑니다"

    C씨는 영업제한 조치에 대해 정부가 정당하게 보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이달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 가게 입구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

     

    코로나19 사태 1년, 그 충격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몰아닥치고 있다. 평소 장사가 잘되든 안되든, 규모가 크든 작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정부의 방역 조치로 일상이 멈추면서 급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한국신용데이터의 전국 65만개 소상공인·자영업자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52주차(12.21~12.27) 매출이 전년보다 5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코로나19 1·2차 유행 시기인 3월과 9월의 20~30% 감소에서 크게 확대된 것이다.

    특히 150여일간 집합금지 업종으로 묶인 노래연습장은 99% 이상 연말 매출이 감소했고 실내체육시설은 98%, PC방은 70%, 식당도 6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매출 가뭄에 시달리다 보니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지난해 6월말 기준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모두 229만 6천명으로 전년 말보다 38만 2천명이 늘었다. 이는 2019년 한해 증가폭 14만 4천명의 두배가 넘는 수치. 같은 기간 대출 액수도 10% 이상 증가했다. 기준 시점을 하반기까지로 확장할 경우 대출 규모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대출을 받고 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 비율도 늘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자영업 가구(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계) 243만 7천 곳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구는 올해 말 10.4%로 예상된다. 이같은 수치는 1차 대유행 직전인 지난해 2월말 2.3%에서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상황이 어렵다면 폐업이 크게 늘만도 하지만 통계수치로는 소상공인인·자영업 폐업은 오히려 줄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표 8개 업종인 음식점과 휴게음식점(카페, 편의점), 헬스장, 제과점, 미용업,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연습장의 폐업 건수는 지난해 8만 3244건으로 전년의 8만 8587건보다 감소했다.

    자영업 종사자들이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11월 기준 20.4%로, 전년 같은 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B씨의 사례처럼 대안이 없어 폐업을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폐업을 할 경우 은행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하고 철거 비용도 든다.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권리금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다.

    한 상가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

     

    이같은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활로는 매출을 이전 수준으로 올리든가, 아니면 손해를 외부에서 보전해 주는 방법 밖에 없다. 즉 방역 수준을 낮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이전처럼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하든가, 방역 수준을 유지한 채 영업피해를 본 업종에 대해 정부가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새해들어 두 가지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수도권 방역 조치에 반발해 실내 체육업종 일부가 일방적으로 문을 열기도 했고 PC방과 카페 업주들은 정부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정부도 방역 조치를 완화해 18일부터 실내 체육시설과 노래방, 학원 등 일부 업종의 영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방역 수준을 낮추면 확진자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게 정부의 고민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일부 업종의 조건부 영업 재개 방침을 발표하며 "방역의 고삐를 계속 조여 일상 회복을 앞당겨야 한다는 당위론과 누적된 사회적 피로와 수많은 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깊이 고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리핑하는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연합뉴스

     

    일부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 개념을 지난해와는 달리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봉쇄 수준에 가까운 높은 방역 수준을 유지해 확진자를 '0'으로 만들어 코로나19를 종식시키려 했던 것이 지난해 방역 전략이라면 올해는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의료적 대응이 가능할 정도면 방역 수준을 낮춰 사회 경제적 충격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평가는 단지 확진자나 사망자 숫자로만 따질 수 없다"며 "개인 소득 감소율이나 실업률, 교육 불평 등지수, 자살률 등 모든 것을 장기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밝힌 뒤 "확진자 숫자가 늘더라도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관점에서 (확진가 숫자가) 국내 중환자실 병상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면 다시 (영업을) 열어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그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저소득층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며 "확진자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전염병도 위험을 '0'으로 만들 수는 없는만큼 재생산지수를 1 이하로 유지하는 선에서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감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만큼 이 부분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집합금지나 영업제한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문제도 최근 들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제한만 있고 보상은 없는 코로나19 영업 제한조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영업계는 '제한만 있고 보상은 없는 방역 조치는 위헌'이라며 지난 5일 헌법소원을 냈다.

    법률 대리인인 김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에는 정부의 조치로 의료기관 등에 손실이 발생하면 보상을 해주는 규정이 있는데, 중소상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은 없다"며 "이는 명백한 평등권,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지난주 소상공인연합회와 간담회 뒤 "보상 제기는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에서 그런 방향으로 예산 당국과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홍석천 의원 등 12명이 '소상공인배달료지원법'을 발의했고 소상공인 출신인 최승재 의원도 재난 상황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상공인을 반드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상공인기본법'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른바 'K'자형 회복 곡선을 보이며 우리 사회의 부의 불평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산을 가진 고소득층은 코로나19 와중에도 오히려 자산이 증가하는 반면 저소득계층은 회복하지 못하고 자산 감소가 더욱 촉진된다는 것.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자산은 심각하게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대책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해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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