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1타' 강사로 알려진 박광일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대성마이맥 홈페이지 캡처
대입 수능 국어 '1타' 강사인 박광일씨가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수백개의 차명 아이디를 이용해 경쟁 강사를 비방하는 등 댓글을 달았다는 혐의다. 앞서 입시 업계에서 일명 '댓글 알바' 논란은 여러 번 있었지만, 유명 강사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증거인멸 우려 있어" 구속영장 발부
수원지법 성남지원 한성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박씨가 운영한 댓글 조작 회사 전모 본부장 등 관계자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앞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13일 박씨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약 2년 동안 회사를 차려 아이디 수백개를 만들고, 경쟁 업체와 자신이 속한 대성마이맥 소속 강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일명 '댓글 공장'을 운영하면서 장기간 불법적인 댓글 공작을 해온 셈이다. 그는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VPN(가상사설망) 등을 이용해 댓글을 남길 IP주소를 대량으로 생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댓글에는 박씨 자신의 교재와 강의는 추천하고, 경쟁 강사인 김승리·김동욱·전형태씨 등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른 강사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발음 등 신체적 약점을 들먹이는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측 "처벌 달게 받겠다"→"댓글조작 가담 안 했다"박씨는 관련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 2019년 6월 입장문을 내고 "수험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큰 죄를 졌다"면서 "모든 것이 오롯이 제 책임이며 그에 따른 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씨는 '2020학년도 대입 수능시험 강의까지는 강의를 마무리하겠다'며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그는 현장 강의만 중단했고, 인터넷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여전히 그의 수능 대비 강의 신청은 가능한 상태다.
2017년 당시 댓글 조작 피해를 입은 메가스터디와 대성마이맥 등은 박씨를 검찰 등에 고소했다. 박씨 측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댓글조작에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니고, 자신이 차린 회사 본부장과 직원이 댓글 작업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태도가 '자신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애초 박씨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박씨의 이런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사의 지휘를 받아 박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범들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19년 당시에는 박씨의 공모 관계를 밝힐 근거가 전혀 없었다"며 "애초부터 검사 지휘를 받았고 검찰도 송치받은 이후에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에 함께 구속된 공범들을 지난해 추가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씨가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포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주 형사사건공개심의위를 열고 박씨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박씨 소속사인 대성마이맥 측은 이날 CBS노컷뉴스에 "2019년 7월 박씨를 업무방해로 형사고발했고, 그해 11월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통지 받았다"며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댓글 조작' 인강업계 고질적 문제…배상금 십수억 물어주기도
사실 온라인 댓글 등 수강생들의 평가에 민감한 인터넷 강의 업계 특성상 경쟁 강사를 비방·비난하는 '댓글 조작'은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 2017년에는 '삽자루'로 불리는 유명 수학 강사 우형철씨가 "이투스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 학원이나 강사를 깎아내리는 글을 작성하고 마케팅을 한다"고 폭로했다. 우씨는 입시·학원가 댓글 조작 관행을 고발하고 '클린인강협의회'를 결성한 인물이다.
우씨의 폭로로 움직인 학부모 단체는 유명 강사들을 연달아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수사 결과 설민석·최진기·최태성·신승범 등 유명 강사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사들은 강의만 했을 뿐, 홍보는 소속사 이투스가 담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투스 김형중 대표와 임원 등은 자사 강사 홍보를 위해 경쟁 입시업체 강사를 비난하는 게시글과 댓글 20만여건을 달도록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김 대표는 무죄를 받았고, 전무 정모씨 등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민사 소송 끝에 이투스와 댓글 용역을 수행한 마케팅업체는 피해를 입은 강사에게 11억5천만원의 손해배상금까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