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밤 경찰 폭력 항의시위가 벌어진 칠레 팡기푸이에서 불타는 관공서 건물. 연합뉴스
칠레에서 거리 곡예사가 경찰이 쏜 총에 숨지는 사건이 격렬한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7일(현지시간) 라테르세라 등 칠레 언론과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칠레 남부의 관광지인 팡기푸이에서 지난 5일 밤과 6일에 걸쳐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거센 시위가 벌어졌다.
성난 시위대는 거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서 등을 향해 돌을 던졌으며,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동원해 맞섰다. 관공서 건물 등 10여 곳에 대한 방화도 벌어져 평소 조용했던 도시가 아수라장이 됐다.
격렬한 시위를 촉발한 것은 지난 5일 경찰이 검문에 응하지 않은 거리 곡예사를 사살한 사건이었다.
현지 언론보도와 당시 영상 등에 따르면 도로에서 저글링을 하던 프란시스코 마르티네스(27)에게 유니폼을 입은 경찰 2명이 다가가 신분증을 요구했다. 칠레 등에선 교차로에 정차한 차량 앞에서 각종 묘기를 선보이고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많다.
마르티네스가 신분증이 없다고 하자 경찰은 경찰서로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실랑이 도중 그가 저글링에 사용하던 긴 칼과 비슷한 도구를 든 채 경찰 쪽으로 다가갔고 경찰은 바닥을 향해 경고사격을 한 후 마르티네스에게 총을 쐈다.
그는 가슴과 다리 등에 총알 네 발을 맞고 사망했다.
마르티네스가 묘기에 사용한 마체테(날이 넓고 긴 칼)가 실제 무기인지, 아니면 날이 무딘 묘기용 모형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현지 일간 라테르세라는 전했다.
사건 직후 이를 지켜본 행인들이 경찰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도 영상에 잡혔다.
지역 경찰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일단 법원은 해당 경찰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칠레에선 2019년 10월 전국적인 불평등 항의 시위 이후 경찰의 과도한 폭력 사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칠레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시위에서 4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찰이 쏜 고무탄 등에 맞아 눈을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