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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도소장 "허위제보 피해자들, '오명' 벗길 바란다"

사건/사고

    디지털교도소장 "허위제보 피해자들, '오명' 벗길 바란다"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 교도소에서 편지 보내
    "저로 인해 피해본 사람들 주변으로부터 오명 벗길"
    '허위제보'로 신상공개한 명단 고백…"평생 속죄"

    지난 5일 대구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1기 A(33)씨가 CBS노컷뉴스에 보낸 편지 중 일부. 서민선 기자

     

    성범죄나 아동학대, 살인 등 흉악범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한 혐의로 구속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옥중 편지를 통해 "허위제보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이 '범죄자'라고 지목한 사람 중 일부가 허위였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자백한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신상 공개된 피해자들이 오명을 벗길 바란다"며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인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 이모(33)씨는 지난 5일 CBS노컷뉴스에 보낸 자필 편지를 통해 "수감 중 아직도 저의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고 계실 많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편지를 드린다"며 인터뷰 요청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범죄자가 아님에도 억울하게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이들이 기존에 알려진 이들 외에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씨에게 두 차례 편지를 보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씨는 두 차례에 걸쳐 총 6쪽 분량의 답장을 보내왔다.

    이씨는 "OOO 교수님의 경우는 다양한 채널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해명할 힘이 있지만, 그 외 힘없는 분들은 해명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허위사실에 의해 피해를 받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그분들에게 쓰인 오명이 주변 사람들에게나마 벗겨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입을 통해 언급되는 것 자체가 두 번 피해를 드릴 수도 있기에 성으로만 말씀드리겠다"며 허위제보를 통해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을 공개했던 인물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디지털 교도소. 디지털 교도소 웹사이트 캡처

     

    그는 "마약을 판매하고 여성들을 중독되게 했다는 '박모 DJ'와 '윤모양'은 박모씨의 전 여자친구의 허위제보였다. 페이스북 주소로 밀양사건 가해자로 지목되셨던 '김OO'님께도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인스타그램에 '박사방 자물쇠'라고 올라왔던 '임모군' 역시 방송 실루엣을 보고 잘못 올린 허위사실이었다"고 자백했다.

    그러면서 "승무원의 사진을 공유했다는 '손모씨'도 허위사실이었다"며 "범법자인 저로 인해 많은 혼란을 드린 것 같아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잃으신 고인분과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도 적었다.

    이어 이씨는 "주홍글씨 측에서 관리한 '지인능욕' 카테고리 피해자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현재 그들의 검거를 위해서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중이다. 주홍글씨 피해자분들께서는 하루빨리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시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범행을 후회한다는 심경도 밝혔다. 이씨는 "아시다시피 저 역시 많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임에도 (범죄자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신상공개하는 것만이 범죄예방의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최근 선고들을 바라보며 굳이 제가 알리지 않더라도 그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적었다.

    이어 "잠깐이지만 아동이나 힘없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 신상공개라는 오판을 했고, 그로인해 무고한 피해자분들이 발생했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끊이지 않는 성범죄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신상공개가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성범죄자로 지목된 사람의 신상정보를 무단 공개해 논란을 빚은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A씨가 지난해 10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에서 강제송환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앞서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통해 범죄자 혹은 범죄 연루 의혹을 받는 사람들 120여 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제재를 불신하며, 성범죄자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성범죄자로 신상이 공개된 한 고려대 재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적 제재'의 위험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어 'n번방 영상 구매자'로 지목된 한 대학 교수가 수사 결과 무혐의를 확인받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신상이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이씨는 사이트를 폐쇄한 뒤 잠적했지만, "디지털교도소가 이대로 사라지기엔 아깝다"며 2기 운영자가 사이트를 물려받아 잠시 운영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씨가 지난해 9월쯤 베트남에서 검거되고,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계속해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면서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이씨는 검거된 지 약 2주 만에 국내로 송환됐고, 현재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이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3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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