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오세훈 전 시장으로 확정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본격 신경전이 시작됐다. 안 대표는 오 전 시장에 조속한 만남을 요청했지만, 오 후보는 당과 협의 후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안 대표는 4일 오전 국민의힘 최종 후보 확정 소식을 접한 후 기자들과 만나 "오 전 시장과 조만간 만남을 통해 건설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가급적 빨리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그 후보를 뽑는 과정이 단일화 과정 아니겠냐"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한 협력자로서 이번 경선 과정들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일각에선 100% 여론조사 이외 시민참여경선 및 TV토론평가단 등 다양한 혼합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후보끼리 의논해보겠다"만 했다.
예상을 깨고 나경원 전 의원을 약 9%포인트 차이로 따돌린 오 전 시장은 당과 긴밀히 논의 후 결정하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현 추세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안 대표에 유리한 형국임을 감안해 단일화 협상을 신중히 진행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부터 제 일정은 개인 일정이 아니라 당 후보의 일정인 만큼 당과 긴밀 협의해 결정하겠다"며 "개인적 생각은 조속한 시일 내 만나고 싶지만 오늘부턴 당 후보라 당과 조율하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후보 수락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면서 "단일화가 빨리 될수록 좋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바늘 허리에 실을 꿰서 바느질을 할 수 있겠냐"며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바람직한 형태의 단일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협상 쟁점으로 급부상한 시민경선단 구성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순간적 판단으로 말하기엔 적절치 않다"며 "시간을 갖고 상의해서 제 생각을 말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오 전 시장은 '기호 2번' 논란에 대해선 "보궐선거라 조직의 힘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데 이를 안 대표가 모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기호 4번 고수' 주장은 안 대표 본인이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정확하지 않지만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