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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한명숙 사건' 판단 검찰에 넘겼지만…檢 "답정너" 비판도

법조

    박범계, '한명숙 사건' 판단 검찰에 넘겼지만…檢 "답정너" 비판도

    • 2021-03-18 05:10

    박범계 '한명숙 재판 모해위증 의혹 사건' 수사지휘
    대검 무혐의 결론에…"부장회의서 재심의 하라"
    '뒤집기' 대신 '재심의 카드'로 정면충돌 비껴가
    검찰 일각 "사실상 기소하라는 것" 비판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관련 모해위증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소 가능성을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법무부와 검찰과의 갈등이 재점화 되는 상황을 비껴가기 위해 장관 본인이 직접 판단을 내리는 대신, 검찰에 다시 판단권을 넘긴 모양새지만 검찰 내부에선 '기소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정치적 지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장관은 해당 사건 공소시효 만료를 닷새 앞둔 17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 그는 이 사안을 줄곧 다뤄온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의 사안 설명과 의견도 부장회의에서 충분히 청취하고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부장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 및 결론의 적정성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당장 공소시효가 다음 주 초에 만료되는 만큼, 박 장관이 사건 관련자 기소를 지시하거나 사건을 임은정 연구관에게 배당시키는 등 적극적 지시를 내릴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사건 자체에 대한 본인의 판단은 지시내용에서 최대한 배제한 채 '다시 판단해 결정하라'는 취지로 검찰에 공을 넘겼다.

    수사지휘권 행사의 주요 원인으로도 사건 내용보다는, 대검의 무혐의 결론의 '절차적 문제'를 거론했다. 박 장관은 "그동안 계속해 사건 조사를 담당해 온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검사가 최종 판단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사건 처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결론의 적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박종민 기자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검찰의 판단을 직접 뒤집을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이 같은 검찰 주도의 '사건 재심의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내부에선 표면적으로만 판단 권한을 넘겼을 뿐, 사실상 기소를 하라는 뜻 아니냐는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지난해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무혐의 결론을 낸 데 이어 대검도 같은 결론을 낸 사안을 재심의하라는 것은 결국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다. 한 지방검찰청의 간부는 "어차피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같은 비판을 예상한 듯 박 장관은 수사지휘서에 '이미 종결된 사건의 경우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수사지휘는 더욱 자제돼야 하지만 이 사건은 잘못된 수사 관행, 자의적 사건 배당,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적었다. 법무부 관계자도 "장관 지휘는 '기소하라, 하지 마라' 이런 취지가 아니다. 다시 한번 판단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일각에선 박 장관이 전문수사자문단, 수사심의위원회 등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여러 의견 수렴 기구 가운데 대검 부장회의를 심의 주체로 지명한 점을 두고도 그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추미애·박범계 장관 체제에서 자리한 대검 부장들인 만큼, '우군'이라고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러나 "대검 부장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검증을 거친 검사장들"이라며 "양심껏 가치 중립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대검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법무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사안을 둘러싼 시각차가 워낙 커 당분간 긴장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해당 사건을 다뤄온 임은정 연구관은 최근 "본건은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위반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아니라, 검찰 측 재소자 증인들에 대한 '검찰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자신의 이 사건 수사를 사실상 방해해 왔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한명숙 사건'이 아닌 '검찰의 비위 사건'이라는 임 연구관의 설명과는 반대로 여권이 이 사안을 토대로 한 전 총리의 명예회복을 도모하려는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치가 법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혐의가 명확하다면 왜 박 장관이 판단을 검찰에 넘겼겠는가. 책임을 지고 지휘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지난해 5월 불거졌다. 한 전 총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지목된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들이 2011년 수사 당시 검찰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재소자 2명 가운데 1명인 최모씨의 공소시효는 지난 6일 만료됐다. 다른 재소자 김씨의 공소시효는 오는 22일 끝난다. 만약 김씨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경우 '모해위증 교사' 혐의를 받는 검찰 수사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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