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토론토 류현진. 연합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류현진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원정경기 도중 몸에 이상을 느껴 자진 강판을 결정한 순간 찰리 몬토요 감독의 마음은 복잡했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류현진을 바라볼 때의 심정을 묻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몬토요 감독은 웃으며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고 답했다.
류현진은 이날 3⅔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솎아내며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하지만 4회말 2사 1루에서 오른쪽 둔부 통증을 호소했고 부상 악화를 막기 위해 교체를 결정했다.
몬토요 감독의 표정을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대체 불가한 에이스다.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는 스티븐 마츠,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로비 레이와 더불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핵심 축이다.
로스 스트리플링과 유망주 네이트 피어슨을 포함해 다수의 선발투수들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토론토는 최근 '불펜 데이'를 자주 섞어가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류현진의 부상은 토론토에게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어슬레틱은 류현진의 자진 강판 선택에 대해, 그가 맡은 중요한 역할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 역시 부상 악화를 막기 위해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간 선택은 옳았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강판 이후 트레이너실에서 몸 상태를 점검했고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부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근육이 긴장한 정도"라며 "부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캐나다 현지 매체 토론토선에 따르면 몬토요 감독은 에이스의 몸 상태가 괜찮다는 보고를 받은 뒤 류현진을 만나 "너 때문에 깜짝 놀랐잖아"라고 말하며 에이스를 다독였고 또 자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탬파베이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다했다.
이번 시즌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불펜은 나머지 5⅓이닝 무실점을 합작해 1대0 팀 승리를 이끌었다.
토론토 불펜은 올해 팀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커비 예이츠와 줄리안 메리웨더 등 마무리 투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토론토 불펜은 이처럼 안정된 전력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선발진이 불안하면 불펜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이는 장기 레이스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의 몸 상태가 괜찬다는 소식이 몬토요 감독과 토론토 구단에게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