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로비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근무하다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해고된 뒤 '고용 승계'를 촉구하며 농성해온 청소노동자들이 136일 만에 일터로 돌아간다. 이들은 정년 연장 등을 조건으로 LG마포빌딩에서 근무하기로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분회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노조 조합원 전원은 오늘 LG마포빌딩으로 옮겨서 일하기로 LG 측과 합의했다"며 "원래 일하던 LG트윈타워로의 고용승계와 원직 복직을 양보한 대신 일정 수준의 노동조건 개선과 노조 활동 보장, 해고기간 임금보전 등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LG그룹 건물 관리를 전담해온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S&I Corp.)은 10여년간 LG트윈타워 관리를 맡겨온 지수아이앤씨와 계약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해 활동해온 것이 직접적인 해고 원인이라며 지난해 12월 16일부터 건물 로비에서 농성을 이어왔다. 사측은 지난 2월 초 노조 측에 해고노동자들이 LG마포빌딩으로 옮겨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고용유지'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하면서, 청소노동자 전원은 오는 7월부터 LG마포빌딩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다. 이들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은 만 65세로 연장하고, 만 65세 이후에는 만 69세까지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노조는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해보였던 집단해고 사태가 4개월여의 투쟁을 거쳐 오늘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연대의 힘 덕분"이라며 "트위터에서 시작된 '한 끼 연대'가 있어서 코로나 상황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끼니를 해결하며 투쟁할 수 있었다. 물과 전기, 음식이 끊겼을 때 자기 일처럼 분노하고 달려와준 노동자·시민들의 힘으로 길이 열렸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더 이상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쓰고 버리는 휴지처럼 취급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노조가 가장 절실한 노동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권리찾기에 나설 수 있길 바란다. 지금까지 투쟁한 것처럼 앞으로 더 열심히 연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