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6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과 매물이 동시에 줄고 있다. 매물잠김 현상에 규제완화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지난 1년간 유예한 것은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에는 기대했던 매물을 찾아볼 수 없고 가격도 안정세가 아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지난 연말 이후 지속해서 줄고 있는 모양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총 7526가구였다. 올해 1월에는 5776가구, 2월 3862가구에 이어 4월에는 2906가구로 거래량이 꾸준히 감소했다.
현장에서도 거래 매물 감소를 실감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들어와도 추천해 줄 물건이 별로 없다. 최근 한 달 새에는 그나마 나왔던 물량이 철회되는 경우도 있어 거래절벽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도 "살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호가는 오히려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5월에 접어들면서 절세를 위한 매도 출회가 끝나고 시장이 거래 소강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을 앞두고 세금이 무서워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은 이미 다 거래를 끝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비사업과 관련된 규제완화 기대감이 주택시장을 자극하면서 오는 6월1일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점을 앞두고 절세 목적의 물건들이 일부 회수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6월에 접어들면 양도세 중과 영향으로 인해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종민 기자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한 것도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 현상을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제 강화를 통해 다주택자 매물이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음 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매매 대신 증여로 선회한 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실제 서울의 집합건물 수증자는 지난 1월 2979명에서 2월 3133명으로 늘더니, 3월 4245명, 4월 6763명으로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3월 아파트 거래 현황을 보면 서울 전체 증여는 2019건으로 2월(933건)보다 2.2배 많아졌다.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4.2%로, 부동산원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월 강남구에서만 812건의 아파트 증여가 일어나 서울 전체 증여의 40.2%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6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종합부동산이 강화됨에 따라 앞으로도 이같은 증여의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주택을 증여하거나 처분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다주택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 오른 세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지난 1월에서 4월까지 아파트 가격은 전국적으로 평균 4.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4월까지의 추세를 고려할 때 5월과 6월에도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며 최근의 상승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2021년 상반기에만 아파트가격이 10% 이상 뛰는 지역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