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 윤창원 기자
서울 서초경찰서 핵심 간부가 지난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 휴일 출근해 현장 출동 경찰이 이 차관에게 최초로 적용했던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지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시가 이뤄지고 며칠 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죄로 '변경 적용'돼 내사종결 처분됐고, 봐주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6일 밤 이 차관 폭행 현장에 출동했던 서초파출소 경찰관은 이 차관에게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서초서에 보고했다.
그런데 보고 직후인 11월 7일 당시 서초서 형사과장 A경정은 오전 사무실에 출근해 이 차관 혐의와 관련한 판례 검토를 담당 형사팀에 지시한 것으로 새롭게 파악됐다. 이날은 휴일인 토요일이었는데,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간부가 출근해 현장 기초 조사만 이뤄진 상태에서 당초 적용된 혐의의 적절성부터 따져보라고 한 정황이다.
서울 서초경찰서. 이한형 기자
A경정은 이 차관이 유력인사라는 사실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인지하고 있었던 간부 가운데 한 명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1월 9일 인터넷을 통해 이 차관 관련 기사를 검색했으며, 해당 기사에는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다만 A경정이 사건 발생 직후 판례 검토 지시 때에도 이 차관의 구체 신원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경정 지시가 있은 뒤 서초서는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고 이 차관에게 적용된 죄명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단순폭행죄'로 변경했고, 그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11월 12일 내사종결했다. 폭행 상황이 담긴 영상이 없고, 피해자인 택시기사도 이 차관과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게 처분 이유였다. 하지만 담당 형사가 피해자 조사 후 택시기사로부터 폭행 영상을 접하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외면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서초서의 이 차관 사건 처분이 '봐주기'였는지, 외압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도 사건 발생 직후 A경정의 지시 정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경정은 초반부터 혐의 변경을 염두에 두고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7일 출근한 건 맞지만, 당시 이 차관 사건을 보고 받거나 관련 판례 검토 지시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휴일 출근에 대해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토요일에 출근을 해 왔다"며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윤창원 기자
한편 이 차관이 폭행 다음날인 11월 7일 오전 서초서 형사당직팀을 방문했다는 사실도 취재 결과 밝혀진 가운데, 같은 날 A경정도 경찰서에 출근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이날 접촉한 적은 결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차관은 "서초서에서 택시에 두고 내린 물건이 당직실에 맡겨져 있다고 문자를 보내와 물건만 찾아 나왔다. (경찰서에서) 누굴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A경정 역시 "(이 차관과) 전혀 접촉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도 "이 차관은 오전 11시 12분경 서초서 형사당직팀 사무실을 방문해 당일 당직 직원에게 유실물만 수령하고 간 것으로 서초서 CCTV상 확인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