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배우 한예슬. 이한형 기자, 박종민 기자
100% 축복 받는 연예인의 공개 연애란 없는 걸까. 무거운 연대책임까지 뒤따르는 모습이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배우 한예슬 이야기다.
이승기와 한예슬가 최근 공개 연애를 시작하면서 후폭풍에 직면했다. 다름 아닌 연인 집안 혹은 연인이 엮인 문제로 인해 발목을 잡힌 것이다.
한예슬은 지난 2일 남자친구에게 불거진 유흥업소 출신 의혹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SNS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려 "예전 직업은 연극배우였고, 가라오케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는 친구"라며 "몇 년 전 지인들과 간 곳에서 처음 지금의 남자친구를 알게 됐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건 지난해 9월이다. 그 시기는 이 친구가 그 직업을 그만두고 난 후"라고 밝혔다.
한예슬은 남자친구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기혼 부유층 여성 등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는 '스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튜브 채널·연예 전문 매체에서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한예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기에 결과적으로 이를 번복한 셈이 됐다. 뒤늦게 한예슬 본인이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유흥업소 근무 이력이 있는 남자친구와 굳이 공개 연애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이 팽배하다. 여기에 더해 '부녀자'로 유흥종사자를 제한한 현행법상 남자친구의 근무 이력 자체가 불법적이라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넣어 성차별적인 현행법 문제를 지적, 남성 접객원의 불법 여부 기준에 대한 명확한 법 개정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친구로부터 시작한 불똥은 이미 한예슬에게 옮겨 붙었다. 한예슬이 출입했던 가라오케가 불법 업소로 알려졌기에 직접적인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했다.
한예슬은 입장문에서 "많은 분들이 '호스트바'와 가라오케가 같다고 생각하지만 전 다 오픈된 곳이 가라오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유난히 흥도 많고 일찍부터 큰 사랑을 받아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어렸을 때부터 많지 않다보니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하는 곳을 가고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을 더 숨기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대중을 충분히 납득시키긴 어려운 모양새다.
이승기는 배우 견미리 딸 이다인과의 공개 연애가 알려진 직후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견미리 남편인 이모씨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2018년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25억원을 선고 받은 이력이 문제였다. 이후 이씨는 항소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 당시 재판부는 이씨에게 "견미리가 실제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견미리 명의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투자자를 모집하고 범행 전반을 기획, 실행하는 등 이 사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견미리는 물론이고 배우로 활동하던 딸 이유비, 이다인 등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승기 성북동 자택 주변에서는 트럭 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팬 커뮤니티 중 하나인 이승기 갤러리는 "이승기 당사자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건으로 인해 비난 받아야 하는 만남을 지지할 팬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선하고 바른' 이미지로 통했던 이승기이기에 대중의 여론 또한 좋지 않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승기가 한 금융사 광고 모델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여자친구 이다인의 집안이 주가 조작 등 이슈와 연루돼 있어 제1금융권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사실 법적으로 따지면 이들의 연애는 철저히 사생활 영역이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대중의 호감도에 따라 이미지가 좌우되기에 그 기대치를 벗어난 순간 따가운 눈초리에 직면하게 된다.
아직 연인 관계인 이상 이들은 엄연히 개별적 인격체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딜 가든 공개 연애 상대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이에 따라 자신의 평판까지 달라진다.
무엇보다 상대가 비연예인이라도 그 역시 연예인에 준하는 높은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혹여나 흠결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은 더 주목받는 연예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개인사를 언론 매체나 공론장에서 나서서 파헤친다는 건 과열된 현상"이라며 "유흥업에 종사한 과거가 부적절하다면 일반인의 사적인 과거를 그렇게 털어서 도마 위에 올리는 행위도 그에 못지 않게 부적절하다. 한 사람의 과거사를 가십으로 소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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