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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3%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여건 지속, 주택 매매 및 전세거래 관련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19년 이후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동반 확대되면서 크게 상승했다. 2018년 말 91.8%, 2019년 말 95.2%, 지난해 말 103.8%로 집계됐다.
가계부채비율이 GDP 대비 103%를 웃돈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최근 1년간 8.6%포인트, 2년간 12%포인트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OECD 37개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9년 이후 상승폭은 노르웨이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특히 최근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소득 등 기초 구매력과 상당폭 괴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고점이었던 2007년 1분기를 상회한 이후에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또 2017년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던 지방의 PIR도 지난해 이후 빠르게 상승하면서 2017년 2분기의 고점을 웃돌았다.
코로나19 위기 직후 큰 폭 하락했다가 빠르게 반등한 주가는 최근에 기업 수익성 대비 비율(PER)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주택거래량과 개인의 주식순매수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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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운용시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가능성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불균형 누증은 주택수급에 대한 우려, 완화된 금융여건 아래서 수익추구 및 위험선호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누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이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또 "최근 일부 자산가격 조정에도 위험선호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과도한 위험추구 및 레버리지 확대가 지속되면 대내외 충격 발생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최근 장기금리 상승세가계부채가 크게 늘면서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주택 구입 자금 수요에다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 등이 이어지면서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1760조원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한은이 최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액이 가계는 약 12조원, 자영업자는 약 5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또 한국경제연구원 분석결과 한국의 단기 국공채금리가 미국의 적정 금리상승 폭만큼 오를 경우 가계대출 금리는 1.54~1.73%포인트 상승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25조 6천억 원에서 28조 8천억 원으로 추정됐다.여기에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 비율(57.7%)을 고려하면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당 이자 부담은 220만∼250만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장기금리(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지난해 7월 말(저점 1.28%) 이후 장기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상승 속도가 다소 빨라졌다. 3월 이후에는 2%를 웃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국내외 경기 회복세 및 물가 오름세 확대와 이에 따른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 조정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채발행 규모 증대 등 확장적 재정정책이 일시적인 금리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올해 국채발행 규모는 GDP 대비 6% 수준으로 2010년 이후의 2% 내외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한은은 다만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이 실물경제 긴축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금리 상승이 기본적으로 금융긴축 요인이지만 경기가 동반하여 상승하는 경우에는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실질 장기금리 상승이 제한된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과거 장기금리 상승기에도 소비·투자가 늘었기 때문에 장기금리 상승의 실물경제 긴축 영향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