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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찾아 땀 '뻘뻘' 삼만리…"노숙인도 국민 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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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진자 찾아 땀 '뻘뻘' 삼만리…"노숙인도 국민 한사람"

    지난 14일 특진한 박아론 경위…노숙인 보호공로 인정받아
    지난해 2월 먼저 지원…매일 서울역 광장 순찰로 일과 시작
    확진된 노숙인 100명 넘게 병원 인계…"체중 17kg 빠져"
    "공공근로 확장됐으면…힘든 것보다 보람·행복지수 커져"

    '노숙인 전담경찰관'인 남대문서 서울역 파출소 박아론 경위(38)가 지난 17일 아침 서울역 광장 노숙인에게 다가가 안부를 묻고 있다. 백담 수습기자

     

    아직 출근시간대인 지난 17일 아침 8시 반. 서울역 광장 순찰로 업무를 시작하는 이는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소속 박아론 경위(38)다. 서울역 2번 출구 근처 외곽에 자리한 파출소를 나서 탁 트인 광장으로 나오자 곳곳에 있던 노숙인들이 먼저 친근하게 안부를 묻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박 경위는 이내 간밤에 별일은 없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위를 살폈다. 광장 한쪽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노란 종이박스 위에 이불을 깔고 아직 곤한 잠에 빠져있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상태를 빠르게 '스캔'하며 다가서는 박 경위에게 몇몇 노숙인들이 "별 단 거 축하한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전국 유일의 '노숙인 전담경찰관'인 그는 지난 14일 경사에서 경위로 특진했다. 100명이 넘는 노숙인 확진자를 찾아내 병원에 인계하는 등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노숙인들을 보호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범인을 검거했느냐' 위주로 (특진을) 했는데 지금의 패러다임은 좀 다르다"며 "얼마나 (시민들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얼마나 많은 피드백이 오는지로 (기준이) 바뀌었다. 운이 좋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같은 일자로 특진한 경찰관은 전국적으로 24명으로, 이 중 박 경위처럼 경사에서 경위로 진급한 이는 단 3명뿐이다.

    그와 날마다 얼굴을 마주한 노숙인들에게도 그의 진급은 큰 이슈다. 박 경위의 승진을 알고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노숙인은 "(별을) 달 것 같았다. 딱 내 예감이 맞다"고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서울역에서 잔뼈가 굵은 노숙인들은 경찰 계급은 물론 남대문서장이 누군지, 매일 순찰을 누가 도는지 등도 훤히 알고 있다는 게 박 경위의 설명이다.

    "봉주 아저씨, 누나. 일어나셔야죠. 이따 (또) 올게요." 광장 나무 밑에 장판을 깔고 누워있는 노숙인들도 가족처럼 깨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노숙인의 대꾸를 선뜻 알아듣기 힘들어 물어보니 "매일 저분을 보니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단다. 또 다른 노숙인에게는 "주거지원, 말씀드린 거 상담 꼭 하셔야 된다"며 "술 먹지 말고 꼭 오시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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