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상사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군 당국이 3월 2일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한 20전투비행단 검사를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초동수사를 했던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서도 관련 수사를 부실하게 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군사경찰대대장 등을 피의자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또 군 당국은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관계자가 이번 사건의 2차 가해자와 접촉한 정황을 포착, 군 내부 상황을 언론에 알리는 정상적 공보의 범위를 벗어나는 활동을 한 혐의가 있다며 수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합동수사단 관계자들은 지난 22일 3차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다음 날인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며, 현재까지 정식 수사 선상에 오른 피의자는 10여명이라고 밝혔다.
◇20전투비행단 군 검사, 휴대전화 압수영장 받아놓고도 집행 안 하고 뭉개A중사의 성추행 사건을 4월 7일에 송치받은 20전투비행단 군 검사(단기복무 법무관)는 5월 22일(토요일)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되자 그 다음 주에 피의자 장모 중사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그가 주변인 또는 사건 관계인들과 휴대전화로 주고받은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를 할까 우려해서다. 하지만 검찰은 이 영장을 곧바로 집행하지 않고 5월 31일 장 중사의 조사에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았다. 영장은 집행되지 않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러한 점 등에 주목해 6월 12~13일 사이 20전투비행단 검찰 관계자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그 가운데 1명인 사건 담당 검사를 피의자로 전환했다.
검찰단 관계자는 "사건을 송치받고 나서 실제적으로 수사 진행 사항이 미진한 것이 있어 살펴보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를 집행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왜 소홀히 했는지, 지휘 라인에 보고됐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경찰 초동수사 '부실'은 인정했는데…'직무유기' 고의성은 "발견 못 했다"
지난 2일 고개 숙인 채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장모 중사. 연합뉴스
다만 20전투비행단에서 사건 초동수사를 했던 군사경찰대대 관계자들은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고 내사가 진행 중이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대대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해 왔고, 다음(25일)에 있을 수사심의위 의견을 들어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에 있다"며 "수사심의위에서 군사경찰대대의 수사가 어떻게 미진했는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3월 2일 성추행 사건이 처음 일어난 뒤 이를 초동수사한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피의자 장모 중사의 구속은 물론 휴대전화조차 압수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의 블랙박스도 A중사가 직접 확보해 군사경찰에 넘겼다.
장 중사는 군인등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더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등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사건이 발생한 뒤 장 중사가 A중사에게 '신고하면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의미한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피의자 불구속 수사 결정과 관련된 수사관의 판단은, 피의자의 '사과 문자'라든지 이런 걸 보냈다는 것을 (실제적인) 사과로 인식했던 것 같다"며 "2차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정도로는 판단되지 않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군 검찰의 의견까지 들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담당 수사관의 진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죽어버리겠다'고 한 문자메시지는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도 '사과'보다는 '협박'에 가깝다. 때문에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조사본부 관계자도 이러한 비판 자체는 인정하면서 "직무를 소홀히 한 부분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진짜 문제는 직무유기 혐의로 군사경찰 관계자들을 수사한 뒤, 실제적으로 재판에 넘겨 처벌받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직무유기는 단순히 태만한 것과 달리 '고의성'이 요구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고 사무실 컴퓨터와 온나라 시스템의 메모보고, 각종 문서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아직까지 (입건 여부를) 결심할 만한 구성요건 해당성(고의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3차 수사심의위에서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국방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수사의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든 징계와 관련돼서는 형사처벌된 자를 포함해 수사 부실 의혹, 부적절한 (업무) 부분을 포함해 전부 징계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은 차치하고 국방부 내에서 징계 조치를 할 수 있느냐는 사항에 대한 답변이다.
국방부 특별감사팀은 6월 7일부터 11일까지 공군본부와 20전투비행단, 15특수임무비행단에 파견돼 지휘부를 비롯한 100여 명에 대해 감찰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이 모두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장교 1명도 입건…"사건 개입 시도 혐의, 수사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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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군 당국은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의 공보장교 1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가 사건의 2차 가해자와 접촉, 사건에 대해 개입을 시도한 혐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보정훈실은 언론 공보를 담당한다는 특성상 군 외부 기자들과도 접촉하며, 동시에 군 내 여러 조직과도 광범위하게 접촉한다. 때문에 이러한 수사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기도 한다.{RELNEWS:right}
국방부는 지난 21일 계룡대의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관계자는 "기자들과 접촉한 부분의 정보를 압수수색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상적인 공보활동은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2차 가해자와 공보실 인원이 접촉해 자료를 확인하는 연결된 지점이 있어 확인 중이다"며 "수사 초기 단계로, 추후 조사를 통해 알려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