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새벽에 붕괴한 미국 마이애미 인근 아파트의 붕괴 전 모습. 붕괴된 남쪽 동 옆에 수영장이 보인다(왼쪽). 2018년 구조진단 보고서는 수영장 아래로 물이 새면서 그 아래 지하주차장 기둥과 벽에 금이 갔다고 지적했다. MORABITO CONSULTANTS 제공
한밤중에 붕괴한 미국 플로리다의 12층짜리 아파트가 3년 전 이미 구조적으로 심각한 위험 상태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 당국으로부 입수한 아파트 정밀진단 보고서를 토대로 해당 아파트 구조가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플로리다의 구조공학회사인 '모라비토 컨설턴트'가 2018년 10월 8일 제출한 아파트 구조 진단 결과다.
이 회사 대표인 건축기사 프랭크 모라비토는 보고서에서 "일부 가벼운 손상도 있지만, 콘크리트 부식 부위는 대부분 신속하게 보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우선 수영장 밑에 있는 지하 주차장 곳곳의 손상 부위를 지적했다.
모라비토는 "콘크리트 기둥과 벽에 금이 가고 바스러진 부위가 많이 관측됐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그러면서 콘크리트 부식으로 내부 철근이 노출된 기둥 사진을 실었다.
지하 주차장 구조물 손상 주범으로는 주차장 위의 수영장이 지목됐다.
보고서는 수영장을 둘러싼 상판(deck) 아래 방수처리에 하자가 있다고 평가했고 이 때문에 "그 아래 콘크리트판에 중대한 구조적 손상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수처리가 물이 흘러내리는 경사면 대신 (물이 고이는) 평평한 콘크리트 슬라브에 설치되었다"며 "이는 원래 설계에서 중대한 오류"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조만간 방수처리를 교체하지 않으면 콘크리트 부식이 상당히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파트 기둥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있다. MORABITO CONSULTANTS 제공
보고서는 주차장 기둥뿐 아니라 아파트 본 건물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에도 '상당한' 금이 가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보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 외에도 보고서에는 창문과 발코니 문틈으로 물이 샌다는 주민들 민원과 여러 집 발코니의 콘크리트가 부식된 상태라는 내용도 담겼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균열과 부식이 플로리다에서는 흔한 허리케인이나 폭풍 등에 의한 바닷물과 염분을 함유한 대기에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파트 관리를 맡은 주민위원회는 보고서가 제출된 지 2년 반이 넘도록 보수작업을 미뤄왔다.
주민들과 행정당국이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는 동안 아파트를 힘겹게 떠받들어 왔던 기둥과 구조물은 결국 24일 새벽 한계점에 봉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파트가 소재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 시장은 사고 이틀째인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건물은 무너지지 않는다. 여기는 제1세계다. 이건 제3세계에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붕괴된 아파트의 발코니. 발코니 가장자리 부분이 아래로 휘어져 있다. 발코니 아래쪽은 부식이 진행되면서 콘크리트가 떨어지기도 했다(왼쪽). MORABITO CONSULTANTS 제공
이날 문제의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된 직후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측은 완공된 지 40년 이상이 된 카운티 내 모든 건물에 대한 점검을 30일간 진행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한편, 카운티 측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에 이어 추가로 발견된 생존자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