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진행하는 국민면접에 '조국 흑서'의 저자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가 면접관으로 선정됐다가 두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대선주자들의 수용 불가 방침에 이어 당내 의원들의 집단 반발이 터져 나온 데 대한 결과다.
◇ 이낙연 "진정 민주당의 결정?" 정세균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1일 "민주당은 비판의 목소리도 겸허하게 청취하고 국민 질문을 날카롭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김경율 대표와 김소연 20대 대표, 김해영 전 의원 등 3명을 섭외했다"며 "패널은 일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김 대표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다 최근 여권에 비판 입장을 취하며 소위 '탈진보' 인사로 불리는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사를 면접관으로 섭외해 국민들을 대신해 비판적 질문을 쏟아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보혁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김 대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등과 함께 일명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는 저서를 발표하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같은 당 지도부의 발표가 나온 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에서 '조국 죽이기'에 일조한 김 대표의 참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반발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대표가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진정 민주당의 결정인지 믿기 어렵다"며 "김경율씨가 주장했던 이른바 '조국펀드'는 대법원 판결로 무죄임이 밝혀졌다. 저는 김경율씨가 심사하는 경선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맹비판했다.
정 전 총리도 "당 지도부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가혹하게 조국의 시간을 연장하려는 거냐"며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이 전 대표와 궤를 같이 했다.
◇ 다른 목소리 낸 이재명…"비판적 시각 가진 국민의 눈으로 검증하는 게 좋아"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강력 반발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는 다소 상반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지사는 기자들에게 "당이 독한 국민 면접을 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저는 아까 기사를 보고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다,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실 당원 입장에서 후보를 확인하는 건 중요한데,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시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 국민 중에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진 국민의 눈으로 검증하는 게 당을 위해서도, 후보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로서는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는 조 전 장관에 대해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와 다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與의원들도 '폭발'…"당의 결정에 동의하기 어려워"
당 지도부의 결정이 나오자 의원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메신저방에서는 "김 대표의 참여는 부적절한 인사", "자기만의 생각으로 우리 후보들을 검증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등의 반발이 쏟아졌다.
김 대표가 조 전 장관에 대해 제기한 사모펀드 관련 의혹은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
또 "자기 부정이 도가 지나치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분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