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언론 인터뷰에 경선이 지역주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낙연·정세균 후보는 "지역주의 조장"이라며 발끈한 반면, 영남 출신인 김두관 후보는 "떡 주고 뺨 맞은 격"이라고 이재명 후보 옹호에 나섰다.
이낙연·정세균 "중대 실언, 최악의 발언", 김두관 "호남 불가론으로 둔갑"
윤창원 기자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이 알려지자 이낙연 후보는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삼았다.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계바늘이 한참 뒤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후보는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다.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의 역사인식"이라며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일베와 같다"며 비판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여성과 일부 친문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지지율 상승세에 탄 이낙연 후보로서는 이재명 후보의 "지역적 확장성" 발언이 어느 때보다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때 자신의 정치적 본거지인 호남에서조차 '호남 필패론'이 설득력을 얻으며 이재명 후보에 많이 뒤쳐졌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그때 당시(202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 이낙연 대표는 전국에서 매우 골고루 지지를 받고 계셔서 이 분이 (대선에) 나가서 이길 수 있겠다.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라면서도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다.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받을 수 있는 후보, 그것도 저란 생각이 일단 들었다"라고 한 게 문제가 됐다.
상대를 추켜세우면서도 우회적으로 자신은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해 온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어필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영남 출신인 김두관 후보가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의) 당선을 기원한 걸 '호남 불가론'으로 둔갑시켰다"며 "아무리 경쟁이지만 떡 준 사람 뺨을 때리면 되겠느냐"고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옹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재명, '백제 발언' 직접 해명…광주 당원 '발끈'
윤창원 기자이재명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25일 광주를 찾아 기자들에게 인터뷰 녹취 파일과 전문을 공개하며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호남 지지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사실이 아닌 네거티브, 흑색 선전에 가까운 사실 조작, 공격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의 인터뷰 발언 어디에도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 후보'라는 말이 전혀 없다"며 "지난해에는 이낙연 후보가 전국적 지지율이 더 높아서, 민주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자신보다 전국에서 지지율이 고루 높은 그분이 당선되길 진심으로 바랐고, 당선되면 역사적으로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당시 이낙연 당대표 후보에게 말한 바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당원들은 광주를 찾은 이재명 후보를 향해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며 피켓시위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재명 캠프에 소속된 일부 의원들도 CBS노컷뉴스에 "후보의 발언을 왜곡해서 해석하는 것"이라면서도 "가다듬어서 얘기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민 與선관위원장 "경선 과열…패널티 부과도 생각 못할 건 아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 윤창원 기자적통 논란부터 지역주의 논쟁까지 민주당 경선이 날이 갈수록 과열됐다는 평가에 이상민 당 선거관리위원장도 "중심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질적이지 않고 퇴행적인 논쟁"이라며 "전체적 내용이나 경위를 떠나서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국민들 눈에 매우 못마땅하게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각 캠프 총괄선대본부장들이 모이는 연석회의가 26일에 있는 만큼 가이드를 잘 하겠다"며 "경선 분위기를 진정시킬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아직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패널티도) 극단적으로 생각 못할 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