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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더워도 일한다" 폭염 속 사투 벌이는 공사장 노동자들

부산

    [르포]"더워도 일한다" 폭염 속 사투 벌이는 공사장 노동자들

    핵심요약

    공사장 노동자들, 30도 넘는 폭염에 휴식과 작업 되풀이
    얼음물에 포도당까지…"생계 때문에 일 안 할 수 없어"
    공사장 열사병 예방에 안간힘…안전위해 공사 중단도
    폭염특보 이어지는 부산…"찜통더위 이번주 지속"

    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폭염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폭염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부산 지역에 연일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업 전선에 나선 공사장 노동자들은 폭염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평일 오전 부산 강서구 한 복지관 공사 현장.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 아래 한 노동자가 쭈그리고 앉아 나무판자에 망치로 못을 박고 있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자기 키보다 긴 공사 자재를 들고 좁은 계단을 연신 오르내렸다.
     
    하얀색 안전모 아래로 땀이 얼굴과 목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지만,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전 시간대였지만 수은주는 이미 30도에 다다랐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폭염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폭염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더위를 참다못한 노동자 이종화(47)씨가 장비를 잠시 내려놓고 그늘막이 쳐진 1층 쉼터로 내려갔다. 몸에 차고 있던 안전장비를 벗자, 안에 입은 옷이 땀으로 젖어 살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얼음물을 마시며 가쁜 숨을 몰아쉬던 이씨는 "그래도 오전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낮 1시부터 3시까지가 제일 더울 때인데, 이때는 사람이 더 쳐지고 땀도 엄청나게 난다"고 말했다.
     
    이어 "낮이 너무 더운 탓에 일을 시작하는 시간도 그나마 시원한 아침 7시로 당겨서 하고 있고, 한창 더운 시간대에는 혼자 1시간 하던 걸 30분씩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작업한다"며 "이렇게 해야 쓰러지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작업반장 고천곤(70)씨는 "오늘이 제일 더운 것 같은데, 힘들 때는 시원한 데 가서 잠시 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렇게 더운 날은 중간중간 수시로 쉬면서 자기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덥지만 일을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늘막 옆에 자리 잡은 회색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자, 에어컨과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이 컨테이너를 수시로 드나들며 제빙기에서 얼음을 꺼내먹거나, 탁자 위에 놓인 식염 포도당과 물을 함께 마시기도 했다.
    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 작업자들을 위한 얼음이 준비돼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 작업자들을 위한 얼음이 준비돼 있다. 박진홍 기자
    김창환 현장소장은 "땀을 많이 흘리는 데 물만 계속 마시면 탈진할 수가 있기 때문에, 소금이나 식염 포도당을 함께 먹게 한다"며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 수시로 돌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폭염경보가 발효되면 낮 시간대 작업을 멈추고 오후에 일찍 퇴근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용직으로 일하는 분들은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일을 못 나오기 때문에, 덥다고 해서 작업을 안 나올 수가 없다"며 "작업자 중에는 부모님 나잇대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특별히 신경쓴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한 작업자가 폭염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한 작업자가 폭염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부산 지역 각종 크고 작은 공사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각종 도로포장, 사면보강, 신축 공사장 등에서는 수시로 휴식을 취하게 하거나, 낮 시간대 작업을 일시 중단하는 등 현장 근로자들의 열사병 예방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급기야 사하구 한 도로포장 공사 현장은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주부터 아예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공사를 주관하는 사하구청 관계자는 "지난 8일부터 도로 보수 작업에 착수했지만, 지난주 기온이 너무 올라 작업자 안전을 위해 공사를 중단했다"며 "전체 공사 일정에 크게 영향이 없거나 시급하지 않은 현장은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기상청이 발표한 27일 기준 폭염영향예보. 부산기상청 제공부산기상청이 발표한 27일 기준 폭염영향예보. 부산기상청 제공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발생한 부산지역 온열 질환자는 모두 67명으로 집계됐다. 부산기상청은 27일 기준 부산의 폭염영향예보(산업) 단계를 '주의'로 발표했다. 주의 단계는 외부 작업자에게 1시간 주기로 10분씩 그늘에서 쉬고,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피하며, 근무시간을 조정해 오후 2시 이전 작업을 끝낼 것을 권고한다.
     
    부산은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기준 부산지역에는 9일째 폭염주의보가, 8일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등 연일 낮과 밤 모두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기상청은 주말까지 아침 최저 24~26도, 낮 최고 31~32도로 더위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온열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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