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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엄지척' 이다빈 "그게 올림픽 정신이니까요"

스포츠일반

    [인터뷰]'엄지척' 이다빈 "그게 올림픽 정신이니까요"

    준결승전, 뛰면서도 이길수 있겠다 싶었다
    승리 선수에게 엄지 척, 축하받을 자격 있어서
    두 번의 발목 수술, 병원도 부정적으로 봤지만…
    노 금메달 태권도, 앞으로 더 노력하라는 교훈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다빈 (태권도 국가대표, 은메달리스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너무 유명한 말이죠. 어제 태권도 준결승에서 정말 이 말과 딱 들어맞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경기 종료까지 1초가 남았고 두 선수 간 차이는 2점이었는데 그 순간에 이기고 있는 선수의 머리를 향해서 하이킥이 날아옵니다. 이 1초 하이킥이 3점을 만들어 냈고 결국 역전승했습니다. 바로 그 주인공이 이다빈 선수인데요. 잠시 그 영광의 순간을 좀 보고 올까요?
     
    ★ 아나운서 : 3초 남았습니다.
    ☆ 해설 : 몸통 때려야 돼요.
    ★ 아나운서 : 공격 무조건 들어가야 됩니다.
    ☆ 해설 : 그렇죠. 그렇죠.
    ★ 아나운서 : 하나 더. 이다빈 들어갑니다. 자, 25 대 24. 머리 (공격) 들어가면서 한 점차로 역전을 하는 이다빈입니다!
     
    ◇ 김현정> 저 소리만 다시 들어도 저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지는데 이게 준결승이었고요. 이후에 결승에서는 아쉽게 패했습니다만 졌는데도 이다빈 선수가 활짝 웃으면서 상대 이긴 선수한테 엄지 척! 엄지를 추켜올리는 거예요. 이 모습이 저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알고 보니까 이다빈 선수가 사연이 많은 선수였어요. 값진 은메달의 주인공, 태권도 국가대표 이다빈 선수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 이다빈 선수, 안녕하세요.
     
    ◆ 이다빈> 네, 안녕하세요. 태권도 국가대표 이다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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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이다빈>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제 모든 경기 다 마치고 지금 숙소에 있는 거잖아요.
     
    ◆ 이다빈>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소감이 어떠십니까? 오늘 아침.
     
    ◆ 이다빈> 어제 늦게 끝나가지고 정리하고 들어와서 별로 잠을 아직 못 자서 조금 피곤한 상태이긴 한데요. 그래도 이제 (경기) 다 끝나서 걱정할 거나 이런 건 없이 개운하게 일어난 것 같아요.
     
    ◇ 김현정> 어제 너무 설레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해서 제대로 잠 못 주무셨군요.
     
    ◆ 이다빈> 네.
     
    ◇ 김현정> 그래요. 일단 준결승전 얘기부터 좀 해 보면 진짜 드라마였어요. 1초 남기고 하이킥을 했는데 이다빈 선수 그게 1초 남았다는 어떤 시간에 대한 느낌이 있었습니까?
     
    ◆ 이다빈> 정신이 너무 없어서 1초가 남았다는 거는 몰랐는데요. 제가 (상대방) 얼굴을 맞히면서 중심이 흔들리는 상황이었는데 초가 그 순간에서 1초에서 0초로 바뀌더라고요.
     
    ◇ 김현정> 그거 봤어요? 전광판 봤어요?
     
    ◆ 이다빈> 네. 그런데 그러면서 이제 종료 버튼이 울리고 제가 이겼다는 것을 딱 알고 환호를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1이 0으로 바뀌는 순간, 그 선수 머리에 발이 딱 닿는 그 감촉이 왔군요? "와, 됐구나!" 이런 느낌.
     
    ◆ 이다빈> 네, 느낌이 왔어요.
     
    ◇ 김현정>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 이다빈> 진짜 너무 좋았어요. 제가 이렇게까지 치열한 경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으셨을 것 같은데 이제 하는 동안에는 정말 '이거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이길 수도 있겠다
    라는 그런 좀 느낌은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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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정> 그 '어떡하지, 어떡하지'라는 말이 너무 귀엽네요. 대국가대표 은메달리스트도 '어떡하지, 어떡하지' 했다. 정말 잘했습니다. 정말 잘했고 아쉽게도 결승에서는 세르비아 선수에게 패했습니다마는 저는 감동적이었던 게 조금 전에 여러분, 사진 보셨죠? 이긴 선수한테 웃으면서 포옹을 하고 엄지를, '당신 잘했어요.' (축하하는) 이 모습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어떤 마음이었어요?
     
    ◆ 이다빈> 저도 물론 힘들게 준비를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를 했지만 이제 모든 선수들이 다 간절하고 힘든 훈련을 거쳐서 이 무대에 서게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해서. 이제 승리한 선수를 축하해 주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끝나서 그 선수는 축하받을 일이니까 축하를 해 주어야 될 것 같다, 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 모습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원래 마음속으로 올림픽 정신이란 이런 거니까 내가 지더라도 이긴 선수를 향해서 '엄지 척, 당신 잘 했소' 이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가신 거군요.
     
    ◆ 이다빈> 제가 이기겠다는 각오로 들어가기는 했지만요. 제가 거기서 졌다고 그 자리에서 아쉬움을 내비치는 모습을 하면 승리한 선수도 조금 마음이 안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좋은 모습들이나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도 싶었고요. 제가 경기를 할 때 제가 정말 까다로워 하는 스타일의 선수였거든요. 그러면서 이제 정말 '당신은 선수로서 정말 대단한 선수야', 그런 마음이 나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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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정> 너무 좋습니다. 저 모습이 저는 너무 아름다웠고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건 뭐냐 하면, 사실 이다빈 선수가 출발 직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지난 2월에 발목 수술 하셨죠?
     
    ◆ 이다빈> 네, 1월에 한 번 하고, 4월 말에 한 번 했습니다.
     
    ◇ 김현정> 1월에 하고 4월에 또 재수술하고요?

    ◆ 이다빈> 네.
     
    ◇ 김현정> 그런데 이다빈 선수는 주특기가 발차기잖아요.
     
    ◆ 이다빈> 네.
     
    ◇ 김현정> 발차기가 주특기인, 하이킥이 주특기인 선수가 개막식 직전에 수술을 두 번이나 했어요?
     
    ◆ 이다빈> 네. 발목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수술을 하게 됐는데 그 수술이 조금 잘못 돼서 다시 재수술을 하게 됐거든요. 그래도 빨리 재활을 하고, 이제 빠르게 훈련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그것만으로 저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사실 개막식 세 달 전까지도. 세 달 전에도 또 재수술을 해야 됐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싶은데 그거를 어떻게 극복해 냈습니까?
     
    ◆ 이다빈> 처음에는 4월 말에 수술을 받을 때 (병원에서) '올림픽을 포기해야 될 것 같다' 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노력을 해서 빠르게 재활을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그냥 수술하고 재활을 빠르게 해보겠다. 이렇게 말씀을 드려서 이제 진행을 했는데 정말 생각보다 더 빨리 회복을 했고, 빨리 조금 돌아와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이제 제가 그래도 좀 준비하는 시간이 그래도 두 달 정도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한테 '이 상태로는 불가능합니다. 올림픽 출전이 어렵다'라는 진단까지 내려왔는데 승부수를 던진 거네요. '해 보겠습니다.'(라고)
     
    ◆ 이다빈> 네. 그렇죠. 어차피 수술을 안 해도 (출전을) 못하고 해도 못 하는 거니까. 해보고 거기에 맞는 상황에 따라서 해 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대단합니다. 어떤 인터뷰에서 이다빈 선수가 답변을 하는데 '간절'이라는 단어를 11번 쓰더라고요. 제가 세어 보니까 11번 '간절하다.' 도대체 얼마나 이번 올림픽 무대가 얼마나 이다빈에게 간절했으면 '간절'이라는 말을 저렇게 쓰나 싶었을 정도인데.
     
    ◆ 이다빈> 저는 경기를 할 때 더 간절한 사람이 승리를 한다, 라고 생각을 해요.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노력을 하는데 그 조금의 차이는 간절함의 차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저도 많이 간절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상대 선수가 조금 더 간절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세르비아 선수가 더 간절했다. 그래서 '엄지 척. 당신의 간절을 존중한다.'
     
    ◆ 이다빈> 네.
     
    ◇ 김현정> 그래요. 잘했습니다. 정말 잘했습니다. 은메달 이다빈, 동메달에 인교돈, 장준. 우리 태권도 선수 최선의 경기를 펼쳤고 잘했습니다만, 워낙 싹쓸이를 하던 종목이라 팀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요. 이번 올림픽.
     
    ◆ 이다빈> 아무래도 모두들 긴 시간 동안 정말 힘들게 준비하고 외출도 안 되고 외박도 안 되는 그런 통제 속에서 정말 훈련만 하면서 지냈거든요. 그렇게 힘들게 같이 이렇게 몸 비비며 이렇게 지내왔는데 꼭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다 같이 메달을, 무슨 메달이든 걸고 같이 (한국에)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했는데 그중에 반밖에 안 되는 선수들이 메달을 따게 된 것에 대해서 조금 아쉽게 생각하고요.

    종주국이다 보니 자존심을 지켜야 된다는 이런 생각들을 다들 하고는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제 그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태권도가 너무 세계적으로 평준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저희도 이제 외국 선수들에게 배울 점은 배우고, 조금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이렇게 받아들이고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세계적으로 평준화가 됐다는 말이 사실이에요? 정말 싸워보면 그렇습니까?
     
    ◆ 이다빈> 이제 멀리서 봤을 때는 '저 선수는 저 발차기밖에 안 차는데 왜 못 이겨?' 이렇게 보실 때는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막상 이렇게 붙어보면 그 발차기 하나가 정말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요. 저랑 했던 결승의 선수도 한 발만 거의 고집하는 선수인데 그거를 풀어나가기가 정말 까다롭거든요.

    ◇ 김현정> 진짜 평준화가 됐군요. 그런 의미라면 우리도 받아들이고 태권도가 또 여러 국가에서 잘하는 거니까 또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이렇게 받아들이면서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요. 마지막 질문. 돌아와서, 한국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거.
     
    ◆ 이다빈> 제가 이제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데 그 반려견이 너무 보고 싶어서 지금 바로 가면 그 아기랑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름이 뭐예요, 그 아기?
     
    ◆ 이다빈> 제가 이 씨라서 성은 이고 이름은 든이에요.
     
    ◇ 김현정> 이든이? 이든.
     
    ◆ 이다빈> 네.
     
    ◇ 김현정> '이든아 사랑해, 나 메달 땄어.' 이러면서.
     
    ◆ 이다빈> 네. (웃음) 안 그래도 어제 영상통화 했는데 이제 '엄마 메달 땄어.' 이랬는데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 김현정> 이다빈 선수 21살의 젊은이입니다. 이제는 정말 돌아와서 마음 편히 쭉 다리 뻗고 자고 그 소소한 일상들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이다빈>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태권도 이다빈 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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