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영방송 ERT의 해설위원 디모스테니스 카르미리스가 우리나라 탁구 국가대표 정영식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해당 트위터 캡처그리스 국영방송의 스포츠 해설위원이 우리나라 탁구 국가대표 선수를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해고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리스 국영방송 ERT는 지난 27일 자국 선수가 출전하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3라운드 경기를 중계했다. 해당 경기는 우리나라의 정영식이 그리스의 파나기오티스를 접전 끝에 4대3으로 꺾었다.
문제는 경기 종료 후 발생했다. 해당 경기 해설을 맡은 디모스테니스 카르미리스는 진행자가 "한국 탁구 선수(정영식)의 기량은 어떤가"라고 묻는 질문에 "눈이 작아서 공의 움직임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 선수의 기량은 어떠한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카리미리스는 눈을 가리키며 "눈이 작아서 공이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트위터 캡처카르미리스의 이 같은 발언은 방송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소식을 접한 현지의 한 누리꾼은 "(카리미리스가) 존중을 기본 가치로 삼는 올림픽 대회를 해설하기 전에 존중에 대해 더 공부했어야 한다"며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또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방송이 방영된 후 ERT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카리미리스의 해고 소식을 전했다. ERT는 성명에서 "인종주의적 논평은 공영 TV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ERT와 카리미리스의 협업이 오늘 아침 쇼가 끝난 직후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을 여러 나라의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크로아티아 매체 'Sportske Novosti'는 27일 "그리스에서 평판이 좋은 TV 해설자가 부끄러운 발언을 했다"며 "그가 한국 선수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체 '워싱턴 포스트' 역시 같은 날 "그리스 탁구 해설위원이 한국 선수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며 "카리미리스는 (해당 발언을 하며) 손짓을 하며 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 직후 웃고 있는 카리미리스와 진행자. 해당 트위터 캡처우리나라 누리꾼들 역시 날선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다 이긴 경기를 놓쳤으니 화날 만해도 이건 아니다"라며 카리미리스를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나라도 공영방송에서 실수가 나오면 그리스처럼 바로 해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논란이 된 방송사인 ERT는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이미 한 차례 도마 오른 바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하지 않은 자국의 체조 국가대표 엘레프테리오스 페트루니아스의 경기력을 무시하는 투로 평가해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페트루니아스는 이후 자신의 SNS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방송에서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