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냐, 바퀴냐' 국힘 예능 경선…"자폭 토론", "자괴감 들어"[오목조목]
"다음 중 하나만 골라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1번 바퀴벌레로 태어나기, 2번 자동차 바퀴로 태어나기."
지난 20일 국민의힘 1차 대선 경선 조별 토론회. 진행을 맡은 청년 MC가 후보들에게 연습 문제라며 질문을 던지자, 홍준표, 나경원 후보는 각각 "둘 다 싫다", "답변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당초 나경원, 이철우, 한동훈, 홍준표 후보가 속한 토론희 B조는 '죽음의 조'라 불리며 치열한 논쟁이 오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연습문제부터 기대는 엇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둘 중 한 사람을 반드시 변호사로 선임해야 한다면? 1번 검사사칭범, 2번 입시비리범'이라는 질문에도 홍 후보는 "둘 다 하기 싫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밸런스 게임'은 그러나 토론회의 본질을 흐리고 후보들을 희화화시켰다는 비판으로 연결됐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2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쇼 비즈니스 방식을 채용해서 컨벤션 효과를 누리려 하는데, 연방제 국가인 미국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차분히 정책과 공약을 놓고 검증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면 후보들만 시끄럽게 떠들고 유권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토론회에서는 '키높이 구두'와 '가발'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도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홍 후보는 한동훈 후보에게 "오늘 오기 전 '청년의 꿈'(홍 후보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서 꼭 질문해달라고 올라온 것"이라며 "키도 크신데 뭐 하러 키높이 구두를 신냐"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질문을 한 사람이) 청년이 아니신 것 같은데.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거 보면"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홍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생머리냐, 보정속옷 입었느냐는 질문은 유치해서 안 하겠다"며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한 후보는 "유치하다"고 받아쳤다.
유튜브 생중계 등으로 토론회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대선이나 정책이랑 아무 관련도 없고 재미도 없는 밸런스 게임", "(토론)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보면서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 "유치찬란한 국힘 토론회", "대선에서 일부러 지려고 이러는 건가" 등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회에 이어 '장외 설전'까지…"자폭 토론", "자괴감"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인신공격의 여진은 계속됐다. 한동훈 캠프의 김근식 정무조정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율 선두권에 있는 후보가, 그것도 당대표 지내고 대선후보까지 한 분이 B급 질문으로 자기 시간 쓰고 있으니 말이다"고 홍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B급 질문 운운하니 그 캠프에는 B급 인사들만 모여 있는 모양"이라며 "외모에 집착하고 셀카만 찍는건 나르시시스트에 불과하다. 겉보다 속이 충만해야 통찰력이 생기고 지혜가 나오고 혜안이 생기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같은당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B조 토론은 그야말로 '역대급 자폭 토론'이었다"며 "체제 전쟁, 이념 정당, 마치 1980년대 '군사정권 민정당 시대'로 돌아간 듯한 발언들이 쏟아졌고, 수준 이하의 신상 공격이 오갔다"고 질타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역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탄핵된 이후에 대선이라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치열함도 진지함도 부족한, 죽음의 조가 아닌 죽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광재 총장도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에게 고용해달라고 부탁하는 건데,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게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논평했다.
토론회 이후 SNS상에서 설전이 이어진 것에 대해서도 "SNS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서로 단문으로 대화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굉장히 자극적이고 수준이 높지 않다"며 "언론도 이에 무게감을 두는 것보단 직접 토론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2025.04.21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