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 헌재 앞 탄핵 반대 집회(왼쪽)·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연합뉴스·홈페이지 캡처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 소속 헌법연구관이 중국 국적이라는 '반중 음모론'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무원 채용시 국적 검증을 강화하는 법안 발의를 하겠다며 음모론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북한을 과거처럼 공포의 존재로 삼기 어렵게 되자 '반공 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새로운 대상으로 중국을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약 3만 건가량의 '중국' 관련 게시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탄핵심판과 중국을 연관시킨 글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중국 세력이 나라를 지배하게 된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담겼다.
최근에는 헌법연구관의 실명을 언급한 비난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보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몇몇 연구관들의 이름이 중국식이라며 '탄핵 심판이 중국의 뜻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음모론이 나오면서다.
한 게시자는 "헌재 TF 헌법연구관에 웬 중국인들이 있는 건가?"라며 "헌재는 언론 플레이를 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라"라고 남겼다. 또 다른 게시자는 헌법연구관 실명을 언급하며 "1998년에 북한 유학생이었던데 지령 들고 왔나"고 적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치고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여당인 국민의힘은 음모론에 편승해 극우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어떤 경력과 배경의 헌법 연구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 구성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며 "국민적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더 나아가 헌재나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공무원을 뽑을 때 국적 검증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외국인은 특정직 공무원인 헌법연구관이 될 수 없는 구조다.
판사 출신인 나 의원이 헌재를 둘러싼 음모론에 호응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나 의원 측은 한 매체에 "주요 헌법기관과 국가 안보 기관 공무원의 지위와 권한은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자가 담당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임을 법률에서 명확히 하기 위한 원론적 내용"이라며 "음모론에 편승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BBC 보도 캡처
왜 음모론의 중심에 중국이 있을까? 영국 BBC가 한국의 청년들이 북한보다 중국을 더 위협적으로 느낀다는 보도를 내놨다.
20일(현지시각) BBC는 "'우리는 김정은과 손잡게 될 것' : 음모론이 한국을 사로잡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쿠데타가 실패한지 2개월여가 지난 지금 '반공 열풍'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BBC는 과거부터 이어진 '반공' 정서와 '종북' 프레임이 중장년층에 깊게 뿌리내렸다며, 윤 대통령이 이를 이용하기 위해 '종북 세력의 국회장악', '부정선거론' 등을 퍼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반공주의적 발언을 통해 중국에 대한 불신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을 과거처럼 공포의 존재로 삼기 어렵게 되자 '반공 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새로운 대상으로 중국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북한으로부터 실질적 위협을 경험해본 적 없는 2030세대에게 중국은 그럴듯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취업과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가 중국에 박탈감을 느낀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