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흘째인 23일 시천면 중태마을에서 산불진화대원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경남 산청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예방진화대원)과 공무원이 숨진 사고를 두고 '예견된 비극'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2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총 8733ha(축구장 1만2천 개 면적)의 산림이 불탔다. 이 과정에서 창녕군 소속 예방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이 숨지는 등 총 13명(24일 오전 9시 기준)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 930번 지방도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이와 관련해 자신을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A씨는 "산불 진화대원 관련해 정말 화가 난다"며 열악한 장비와 교육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방화복도 없이 맨몸으로 (산불 현장에) 가는데 정말 위험하다"면서 "강풍 속 대형 산불은 퍼지는 걸 막기 어려운데, 안전거리 확보하면서 물만 뿌리다가 본인이 위험할 것 같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지상 진화인력으로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전문인력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각 지방산림청 및 지자체가 운영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있다. 이번에 숨진 진화대원 3명은 모두 창녕군 소속 예방진화대원들이다.
보통 5개월 정도 단기 계약직으로 선발하는 예방진화대원들은 평소에는 산불 예방 활동을, 화재 발생 시엔 진화 작업에 투입된다. 산불 관련 자격이나 교육 이수자의 경우 우대가 적용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의 신체 건강한 국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24일 오전 경남 산청 산불로 숨진 희생자 4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창녕군 창녕읍 창녕군민체육관에서 추모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이들이) 방화복도 없이 맨몸으로 가는데 정말 위험하다"면서 "일반직 공무원들 화재진압에 대해 잘 모르는데 무조건 위에서 투입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지방직 공무원으로서 과거 대형산불 현장에 투입된 적 있다고 밝힌 B씨도 "보호 장비 전혀 없이 등짐 펌프 하나 메고 잔불 끄는 긁개 하나 들고 투입됐다"면서 "저렇게 바람 많이 불고 산불이 확산되는데 올라가서 어떻게 끄나. 진짜 위험했다"고 증언했다.
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24일 오전 산림청 헬기가 산청군 단성면 일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더 큰 문제는 농촌·산간 지역의 급속한 고령화 탓에 이 인력들 역시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예방진화대 평균 연령은 61세, 일부 지역에서는 67세에 달했다. 일각에선 고강도 체력을 요구하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론 고령자 일자리 사업으로 전락해 이번 희생도 이런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추진돼 고령화되다보니 초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 현장을 가보면 교육을 시키는 분이 오히려 교육을 받아야 할 수준"이었다며 "교육 훈련이나 장비들이 전혀 갖춰지지 않고, 또 자기 체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분들을 현장에 투입하다 보면 이번 사고는 주관 부서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에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