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지워진 '쥴리 벽화' 문구. 연합뉴스30일 오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게시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앞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논란이 된 문구가 지워졌음에도 대통령을 비방하는 낙서가 등장하면서 지지자들 간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일부는 폭행 시비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13분쯤 논란이 된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 등 벽화 문구는 서점 직원에 의해 흰색 페인트로 가려졌다. 벽화에 새겨진 문구는 5분여 만에 지워졌지만, 서점 앞에 모여든 인파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쥴리'는 김건희씨가 과거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루머와 함께 언급되는 예명이다.
벽화 속 문구가 지워졌지만, 이번엔 벽화가 있었던 자리 한 켠에 문재인 대통령 비방 낙서가 새롭게 적혔다. 그러자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 3~4명이 현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 강동구에 왔다는 시민 김태은(39)씨는 보수 유튜버로 추정되는 인물을 가리키며 "대통령 비방 낙서를 한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 유튜브 OUT'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비방 낙서 옆에 붙이기도 했다.
그는 "논란이 된 (쥴리) 문구가 다 지워줬지 않느냐"며 "지금 상황은 극우 유튜버들 때문에 분란이 난 것이기에 비방 문구를 지웠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오전 한 건물 관계자가 벽화의 글자를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씨가 포스터를 붙이는 동안 주변에 있는 보수 성향 유튜버들과 취재진 30여명이 일시에 벽화 앞에 몰리면서 현장은 또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유튜버들이 김씨에 고성과 욕설을 하거나 지지자들 사이 말다툼이 폭행 시비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며칠 간 서점 앞에서 소란이 계속되면서, 서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주변 상인들은 골머리를 앓는 눈치다.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잠시 가게 밖으로 나와 현장에 배치된 경찰에게 "영업제한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데 저런것까지 해버리면 어떡하냐"며 하소연했다.
해당 서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B(55)씨 또한 갑작스럽게 몰려든 유튜버, 시민들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몰려드는 인파를)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업무에 방해가 되는 행위까지 이어져 하는 수 없이 어제 경찰에 신고했다"고 토로했다.
혼잡한 '쥴리 벽화' 건물 앞. 연합뉴스이어 "보수 유튜버들이 스피커를 들고 책을 사서 나가는 손님들에게 총 쏘듯이 틀거나 서점 쪽으로 큰 소리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틀기도 했다"며 "손님에게 방해가 되는 행위는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보수 유튜버들이 계획적으로 영업을 방해하려는 모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버들이) 방송을 하면서 매장 안에 들어와 자판기를 보고 '동전같은 걸 넣어서 망가뜨리자'거나 '10원, 100원이 들어있는 동전 저금통을 가져와서 책 사는 척 하면서 떨어뜨려 업무를 못하게 만들자'는 등의 발언을 했다"며 "실제 행동으로 옮길까봐 내내 노심초사 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 55분까지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중고 서점과 관련한 112 신고는 모두 41건 접수됐다. 주정차 위반 등 민원이 15건, 소음 8건, 행패 소란 6건, 미신고 집회 6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영업방해 2건과 폭행 2건, 공연음란과 교통사고 신고가 각 1건씩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