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9연패를 달성한 안산, 강채영, 장민희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5개 싹쓸이는 실패했지만,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증명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7월31일 끝난 도쿄 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4개를 땄다. 안산(20, 광주여대)과 김제덕(17, 경북일고)이 혼성전에서 첫 금메달을 땄고, 남녀 단체전에 이어 여자 개인전에서 안산이 금메달을 추가했다. 안산은 한국 하계 올림픽, 또 올림픽 양궁 최초 3관왕이 됐다.
여자 단체전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9연패했다. 남자 단체전 역시 9번의 올림픽에서 6개의 금메달을 땄다. 여자 개인전은 최근 10번의 올림픽에서 9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처음 생긴 혼성전도 금메달로 장식했다.
외신들도 연일 한국 양궁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양궁을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국 양궁은 대체 왜 강한 걸까.
먼저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공정하기로 유명하다. 몇몇 종목들은 추천 제도가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또는 유망 선수를 추천 선수로 출전시킨다. 하지만 양궁은 직전 국가대표도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오로지 실력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1차 선발전에서 70m 36발씩 6라운드를 치러 남녀 각 64명씩을 추린다. 64명은 1차 선발전 순위 배점을 안고 2차 선발전으로 향한다. 2차 선발전에서는 나흘 동안 토너먼트, 리그전, 기록 경기 등 다양한 방식을 조합해 남녀 각 20명씩을 선발한다.
3차 선발전도 토너먼트와 리그전, 기록 경기로 6회전을 치른다. 3회전 후 남녀 각 12명씩을 추린 뒤 6회전이 끝나면 남녀 각 8명씩이 그 해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전년도 국가대표는 3차 선발전부터 출전하는 혜택이 있었지만, 이 마저도 없앴다. 모든 선수가 동일한 조건으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경쟁한다.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된 상황에서도 2020년 국가대표를 끌고가지 않고 새로 1~3차 선발전을 개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가대표로 뽑힌 남녀 각 8명은 1, 2차 평가전을 거쳐 올림픽(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 나설 남녀 3명씩을 가린다. 선발전에서 쏘는 화살만 1인당 2500발이 넘는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이 더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20, 광주여대)은 "다음 올림픽에도 선발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고, 모든 선수들이 "올림픽보다 선발전이 더 긴장된다"고 입을 모았다.
양궁 남자대표 오진혁, 김우진,김제덕 선수가 26일 오후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공정한 선발 과정과 함께 대한양궁협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최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경기장 인근 호텔을 준비했고,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대형 리무진 버스와 콘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경기장 근처에 선수들의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간이 침내는 물론 한식 조리사를 대기시켜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훈련을 위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전남 신안군 자은도를 찾아 훈련을 진행했다. 도쿄 올림픽 양궁이 해안가에 위치한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 열리는 만큼 해안가의 환경, 바닷 바람, 습도, 햇빛 등 기후 변수를 통제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또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을 그대로 옮겨와 적응 훈련을 실시했다. '리얼 도쿄'라는 콘셉트로 사대와 표적판 바닥 높이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와 동일 규격으로 제작했다. 선수단의 경기장 출입 및 인터뷰 존 등 이동 동선까지 올림픽처럼 설정했고, 레일캠과 초고속 카메라 등을 설치해 올림픽 중계 환경에도 익숙해지도록 조치했다.
세계양궁연맹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에 세트제를 도입했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단체전으로 세트제를 확대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견제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한국 양궁은 흔들리지 않았다. 공정한 선발전,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도쿄 올림픽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