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독일과 8강전에서 전지희가 솔자와 3단식을 이긴 뒤 파이팅하고 있다. 연합뉴스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 아쉽게 무산된 한국 여자 탁구. 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8강전에서 독일에 종합 전적 2 대 3으로 졌다. 4강 진출이 무산되면서 메달 기회도 날아갔다.
팀 세계 랭킹 4위인 대표팀은 이날 3위의 강호 독일을 맞아 접전을 펼쳤다. 신유빈(대한항공),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최효주(삼성생명)가 나선 대표팀은 1복식과 3단식을 따내며 2 대 1로 앞서갔다.
29살 맏언니 전지희가 분전했다. 1복식에서 전지희는 17살 신유빈과 짝을 이뤄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중국 귀화 선수 샨 샤오나와 페트리사 솔자 조에 3 대 2(9-11 11-8 6-11 11-6 11-3) 역전승을 거뒀다. 전지희는 노련한 백핸드 푸시로 상대 허를 찔렀고, 수비에 급급한 상대가 올린 공을 신유빈이 강력한 스매싱으로 마무리하는 작전이 빛났다.
전지희는 최효주가 2단식을 내주자 3단식에서 다시 힘을 냈다. 한국 선수 중 단식 랭킹이 가장 높은 14위인 전지희는 16위 솔자를 3 대 0(11-6 13-11 11-3)으로 완파했다.
하지만 이후 단식을 모두 내줬다. 신유빈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한잉의 관록에 밀려 1 대 3(6-11 12-10 6-11 9-11)으로 아쉽게 졌다. 최효주마저 샨사오나에 완패하면서 메달이 무산됐다.
경기 후 선수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3년 만에 여자 단체전 메달을 노렸지만 3회 연속 노 메달로 끝난 상황. 단식과 혼합 복식 개인전에서도 여자 탁구는 메달을 얻지 못했다.
전지희는 "리우에 이어서 이번에도 8강에서 탈락했다"면서 "꼭 4강에 오르고 싶었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보였다. 전지희는 서효원(한국마사회), 양하은(포스코에너지)과 리우 대회 단체전에 나섰지만 4강이 무산됐다.
한국 탁구 여자 대표팀 맏언니 전지희가 3일 도쿄올림픽 독일과 단체전 8강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안은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노컷뉴스알려진 대로 전지희는 2011년 귀화했다. 중국 청소년 대표까지 지냈지만 치열한 경쟁에 밀려 운동을 포기할 기로에서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5년 전 첫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의 꿈을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번 대회에서는 꼭 이루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역시 중국 귀화 선수인 38살 듀오 한잉과 샨샤오나에 막혔다. 전지희는 "(상대 선수들이 나이가 있어서)그래서 더 아쉽다"면서 "4강에 오른 팀들이 너무 부럽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전지희는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이끌었다. 전지희는 "동생들이 첫 올림픽이라 아무래도 경험에서 살짝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그래도 잘 해줬다"고 격려했다.
특히 대회 중 중국 네티즌들이 "전지희가 성형 수술을 하려고 한국에 갔느냐"며 비난을 하는 변수도 생겼다. 그러나 전지희는 의연하게 "하하하. 많은 분이 글을 남겨주셔서 화제의 검색어가 됐다. 오후에 단체전 시합을 준비하느라 이제 봤다"며 넘겼다. "쌍꺼풀 수술은 한국 돈으로 77만원 줬다"는 쿨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전지희는 "사람들이 탁구가 아니라 얼굴에만 관심을 갖더라"면서 "화제가 됐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8강전을 앞두고 있어서 신경쓰지 않고 경기를 준비했다"고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두 번의 도전이 끝난 가운데 세 번째 올림픽이 있을까. 전지희는 "지금은 마음이 너무 힘들다"면서 "나이도 있기 때문에 대회 끝나고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맏언니 전지희의 도쿄올림픽 도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