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1조원대 펀드 사기사건을 지난 1년여 간 추적해 온 검찰이 정‧관계 로비의혹의 실체는 규명하지 못한 채 사실상 대부분의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여당의 대권주자로서 이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유력인사들도 입건되지 않거나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청와대 연루 의혹 역시 물음표로 남았다. 사실상 주범들과 주변인들만 기소한 '반쪽 수사'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지난해 6월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수사를 이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핵심 사안과 관계자 대부분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 사실상 수사는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김재현 대표를 비롯한 옵티머스 사건 주범들은 최근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만큼, 검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 가운데 가장 관심이 쏠린 대목은 '어떻게 이들의 대담한 사기 행각이 가능했는가'였다. 사건의 배경에 전방위적인 정‧관계 불법 로비가 존재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촉발시켰던 이른바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대해 검찰은 "과장해 작성된 문건"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가 금융감독원 감시망을 벗어날 목적으로 펀드 운영 상황과 고문단의 역할, 여권과의 관계를 부풀려 거짓 작성했다고 본 것이다.
이 문건에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호화 고문단이 옵티머스 사업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내용과 함께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해 있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문구도 담겨 파문이 일었다.
특히 개발 프로젝트 일환으로 적시된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선 채 전 총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면담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검찰은 인허가 청탁 의혹의 실체도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작년 5월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물류단지 사업과 관련된 청탁 사실은 부인하고 있고, 올해 6월 해당 사업의 인허가 신청을 최종 반려 처분하는 등 전체 사업경과에 비춰 수사를 더 진행할 뚜렷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서면 조사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고문단 가운데 양 전 은행장과 이 전 부총리,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에 대해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사기방조 혐의 등으로 조사를 진행했지만, 역시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옵티머스와의 연관성에도 물음표가 붙었지만 지난 4월 이미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옵티머스 핵심 브로커 김모씨와 신모씨를 포함한 3명은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이모씨의 개인 사무실 마련 과정에서 보증금과 사무기기 임차료 등 약 3900여만원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때 사무실에 지원됐던 복합기는 이 전 대표의 서울 종로 총선 선거 사무실로 옮겨졌고, 그 사용료도 신 씨 등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대표와의 연관성은 확인하지 못했다. 옵티머스 측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씨는 수사 중 숨져 공소권 없음 처분됐다. 검찰은 이 전 대표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과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도 수사 결과 드러나지 않았다. 청와대 자치행정비서관실 A선임행정관이 옵티머스 브로커 신씨로부터 서울 종로구 소재 오피스텔을 두 달 동안 무상 제공받아 사용하고, 그 대가로 신씨의 사업을 도왔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검찰은 이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다만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 변호사의 배우자인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수사 결과를 놓고 신생 자산운용사의 1조원대 대규모 사기가 가능했던 배경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도대체 무엇이냐는 물음표가 붙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범행의 배경까지 추측해서 말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한편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투자된 63개 사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4200억원의 잔존재산을 확인하고 이를 동결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7년부터 2018년경 옵티머스 펀드 사기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급격하게 확산되기 전에 검찰이 사건 수사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피해 확산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시절 한국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의뢰 사건이 무혐의 처분된 경위를 놓고 여권에서 책임론을 제기하고, 공수처 수사도 진행되는 가운데 '이정수 체제'의 중앙지검이 이에 발맞춰 사과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