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8일 도쿄올림픽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득점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도쿄=이한형 기자한국 여자 배구가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 김연경(33·중국 상하이) 역시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만큼 투혼을 불살랐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대표팀은 8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3, 4위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0 대 3(18-25 15-25 15-25) 패배를 안았다. 끝내 동메달이 무산됐다.
한국 배구 사상 두 번째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여자 배구가 처음 메달(동)을 따낸 이후 45년 만의 기회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신장과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세계 랭킹 12위인 한국은 6위의 강호 세르비아를 맞아 이날 김연경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가 레프트, 김희진(IBK 기업은행)이 라이트로 선발 출전했다. 상대 높이를 의식한 라인업으로 세터 염혜선(KGC인삼공사), 센터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리베로 오지영(GS칼텍스)이 나섰다.
세르비아는 공격력의 팀. 특히 193cm의 왼손 거포 티야나 보스코비치(24)를 앞세워 가공할 창을 자랑한다. 보스코비치는 4강전까지 이번 대회 득점 1위(159점)를 달렸다. 공격 효율성도 35.07%로 2위다. 세르비아 공격의 절반을 차지한다.
세르비아 주포 보스코비치(18번)가 8일 한국과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연경(왼쪽)-김수지 블로킹을 뚫는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도쿄=이한형 기자이날 대표팀은 앞서 A조 조별 리그에서 0 대 3 패배를 만회하기 치밀하게 전력을 분석했지만 보스코비치(24)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스코비치는 1세트부터 타점 높은 강타로 14점을 쏟아붓는 괴력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특히 17 대 17에서 보스코비치는 3연속 강타를 터뜨렸는데 김연경의 디그로 맞섰지만 세 번째는 막지 못했다. 이후 에이스를 꽂는 등 보스코비치의 서브에서만 세르비아는 6점을 몰아치며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2세트에도 대표팀은 9점을 올린 보스코비치에 밀려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보스코치는 서브 득점 6점을 포함해 양 팀 최다 33점을 퍼부었다. 김연경도 팀 최다 11점, 김희진이 8점, 박정아가 7점으로 분전했지만 힘에 부쳤다.
브라질과 4강전 패배 뒤 김연경은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세르비아와 앞선 조별 리그에서는 서브가 잘 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선수들 마음가짐을 새로 해 힘을 내서 꼭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전략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투지를 활용해 기회를 잡고 싶고 상대를 압박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선수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과연 한국 선수들은 투지를 불태웠지만 보스코비치를 앞세운 세르비아의 창이 너무 강력했다. 한국 배구의 올림픽 메달 비원은 24살 세르비아의 괴물에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