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피고인에게 1심 판사가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하면서 선처의 의미로 집행유예 판결을 했다.
형법상 벌금형의 집행유예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때만 가능한데 판사의 황당한 실수는 항소심에서야 바로 잡혔다.
9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7일 새벽 인천시 부평구 한 교회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계속 (차량) 경적을 울린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교회 주차장으로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은 산타페 차량 운전석에서 잠든 A(26)씨를 발견했다.
음주 감지기로 확인될 정도로 차 안에서는 술 냄새가 잔뜩 났고, A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음주운전을 의심한 경찰관들이 15분 동안 3차례나 음주측정기를 들이밀었으나 그는 "하기 싫다"며 계속 거부했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0대 때인 2012년에도 술에 취해 오토바이를 몰다가 적발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전력이 있었다.
인천지법 B 판사는 지난해 10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게 벌금 1천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준법운전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B 판사는 "피고인은 한밤중에 소란을 일으킬 정도로 만취해 운전하고도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키우며 대학에 다니고 있다"며 "곧 취업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특별히 벌금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
과거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때만 집행유예를 할 수 있었지만 2015년 국회에서 벌금형도 집행유예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장발장법'인 형법 개정안이 통과했고 2018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벌금을 납부할 형편이 안되는 피고인이 벌금형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호하는 불합리한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르면 사정을 참작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때만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검사는 "1심 판결은 벌금형의 집행유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위법하다"며 곧바로 항소했고 항소심도 이를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이현석 부장판사)는 최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에 따르면 벌금형의 집행유예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원심판결은 검사가 지적한 대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