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편의점 장보기. BGF리테일 제공 아이가 덥다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들어갔던 편의점. 워킹맘 정모(41)씨는 10분이 넘게 편의점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었다. 두부와 계란부터 제철 과일인 복숭아까지. 남편이 맥주를 사오고, 아이가 사탕과 과자를 집어오던 편의점은 정씨에게 '마트'로 다가왔다.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마트에서 장을 보는 대신 온라인과 새벽 배송을 주로 이용했지만 배송료와 최소 비용 탓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구매하곤 했다.
정씨는 "물이나 맥주만 사와서 잘 몰랐는데 보니까 편의점이 행사도 많이 하고 어떤 건 마트보다 저렴하다"면서 "배송비 아까워서 온라인 새벽 배송 주문할 때 과잉 구매했는데 편의점에서 사면 안 그래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연일 2천명 안팍으로 확산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이 동네마트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직장인 6년차 곽모(33)씨도 편의점 장보기족이다. 간편식품과 PB상품을 주로 구매하는데 최근에는 1인 가구용 과일을 자주 사 먹는다.
"사실 새벽배송도 이용하는데 편의점이 접근성이 좋잖아요. 도어투도어로 5분도 안 돼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요."
확진자가 2천명 안팎으로 증가하고 나서는 가끔 가던 대형마트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불안함도 크지만 마트에서 파는 물건을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2분기(4~6월) 편의점 매출 비중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대형마트를 앞질렀다.
지난 6월 편의점 매출 비중은 17.3%로 백화점 16.3%과 대형마트 15.1%를 넘어섰다.
코로나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대신 근거리에서 구매하는 이른바 '슬세권' 소비자도 증가한 덕분이다.
실제로 비씨카드가 진행한 빅데이터 분석을 살펴보면, 지난 5월 비씨카드 결제건수 중 소비자 자택 반경 500m 이내 상권에서 발생한 결제건수 비중이 21.1%로 2018년 대비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슬세권' 편의점 인기 비결은? 저렴하고 다양하게
근거리 쇼핑족을 잡은 편의점의 비결은 '접근성'뿐만이 아니다.
'편의점은 비싸다'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편의점 업계는 초저가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4월 업계 최저가로 선보인 HEYROO 득템라면의 경우, 기존 봉지라면의 1/4 수준인 개당 38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출시 초기 신라면, 짜파게티를 제치고 CU 봉지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브랜드 상품 대비 최대 50% 가량 저렴한 990원짜리 즉석밥 HEYROO 우리쌀밥 역시 1인 가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CJ햇반에 이어 즉석밥 판매량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CU의 2분기 즉석밥 매출은 34.6%나 크게 뛰었다.
홈술 트렌드에 맞춰 선보인 CU 시그니처 와인 mmm(음)! 레드와인은 6,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데일리 와인으로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하며 40일 만에 11만 병이 모두 팔려 나갔고 수차례 추가 입고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50만 병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상품들은 '편의점은 비싸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별도의 행사 없이 순수하게 가격경쟁력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세븐일레븐은 일반적 편의점 도시락의 절반 가격인 2천원대 초저가 도시락 '이딸라 도시락'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이딸라 도시락. 세븐일레븐 제공 GS25는 생필품 100종을 1+1로 초특가에 판매하는 '생활물가 안정 행사'를 진행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초저가 전략 덕분에 올해 편의점 매출은 고공행진을 기록중이다.
CU의 2분기 영업이익은 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 증가했다. 매출액도 1조70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특히 편의점은 입지에 맞는 상품군을 점주가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맞춤' 상품으로 근거리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인 셈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이 중에서 골라서 사가라는 방식이지만 편의점은 동네 특성에 맞는 물품을 점주가 직접 고를 수 있다"며 "입지에 맞는 상품으로 마트까지 가지 않아도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소매처가 되는 게 편의점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