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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전선' 33% 우울 '위험군'…91% "삶의 질 악화"

보건/의료

    '코로나 최전선' 33% 우울 '위험군'…91% "삶의 질 악화"

    전국 17개 보건소 1765명 조사…일반 국민 약 2배 수준
    '극단적 선택' 생각 19.9%…불안 위험군도 27.6% 달해
    방역인력 65% "코로나 업무, 유능감·자부심 못 느낀다"
    정부, 보건소당 평균 9명 확충·'마음 안심버스' 등 지원

    서울 양천구보건소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냉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 양천구보건소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냉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보건소 직원 대부분이 업무 과부하에 따른 정신적 탈진 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3명'은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난 가운데 약 20%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촉발된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이 넘게 장기화되면서 검체 채취 등 진단검사를 포함한 선별진료를 수행하고 있는 보건소 직원들은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에 노출돼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6월 23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전국 17개 보건소의 1765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보건소 근무자들의 '우울 위험군'은 33.4%로 파악됐다. 지난 6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8.1%)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앞서 코로나 대응인력을 상대로 시행됐던 기존의 조사 결과보다도 더 악화됐다. 지난해 6월 울산대병원에서 근무하는 406명을 조사했을 때는 14.3%, 같은 해 8월 공보의 350명 중에서는 15.1%가 우울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이들도 5명 중 1명(19.9%) 꼴로 나타났다. 이 역시 올 6월 일반 국민에 대한 조사결과(12.4%)보다 7.5%p나 높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불안 위험군' 또한 27.6%로 일반인(12.2%)보다 2배 이상 높게 집계됐다.
     
    조사 참여자들은 91.1%가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신체건강은 76.4%, 정신건강은 81.1%가 이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느꼈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체채취 준비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광장에 설치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체채취 준비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수면장애를 겪는 보건소 직원은 134명에서 165명으로, 우울증은 105명에서 118명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상담을 받거나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이들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힘든 업무를 상쇄할 수 있는 심리적 지지대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업무에 대해 유능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34.9%에 그쳤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변한 인원이 과반(65.1%)이었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원인(총 3점)으로는 '업무량 증가·과다'(1.62점)이 가장 높았고, '민원'(1.57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필요한 서비스(총 5점)로는 대다수가 '휴가'(4.03점)를 꼽았다. 이어 △인력 충원(4.02점) △수당 등 경제적 지원(3.95점) 순이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인력 확충 등 실제적 구제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우선 불안·우울 등이 심각한 고위험군에 대해 민간전문가 심층상담과 '마음건강 주치의' 등 각 지자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 프로그램을 연계하기로 했다. 선별진료소 방역인력을 위해 휴식지원 차량을 운영하고, 숲치유(산림청)·사찰체험(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 힐링 프로그램'도 활용하기로 했다.
     
    근무인력의 '번아웃' 등 우울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권역 트라우마센터의 '마음 안심버스'를 이용해 선별진료소를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각 지자체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관내 방역인력을 대상으로 맞춤형 심리상담을 운영하고, '코로나 우울 예방 캠페인' 등의 홍보도 전개하기로 했다.
     
    한시적이나마 이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도록 실질적인 근무인력도 늘린다.

    중대본은 2차 추경예산을 통해 258개 보건소당 5명(총 1290명)의 신규인력을 4개월 기준으로 채용하는 한편 기존 채용인력 516명(보건소당 2명)의 근무기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편성된 1차 추경으로는 보건소당 4명씩 총 1032명의 인력이 5개월간 지원된다.
     
    또 이달 중 보건소 조직·인력 전수조사도 실시한다. 중대본은 해당 결과를 토대로 행정안전부가 내년도 기준인력을 결정하는 데 인력 증원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오는 9월부터는 선별진료소 방역인력에 대한 지원경비(일당 1만원)도 추가로 지급된다.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관련부처에 각종 자료 요구나 평가를 중단하거나 연기토록 요청하기도 했다.
     
    중대본은 "관계부처와 지자체에서 대응인력과 소속 직원의 마음건강을 위해 심리지원 사업 추가 발굴 등 선제적 심리지원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지자체에 대해서는 보건소 한시인력을 신속히 채용할 것, 이달 예정된 실태조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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